[사설]6자회담 5년에 다시 ‘核 공갈’ 나선 北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46분


북한은 어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6자회담 10·3합의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에 엄중한 난관이 조성됐다”면서 그 대응조치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원상 복구도 고려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핵 폐기 2단계 프로세스가 검증 단계에서 막혀 더 진전되지 않으면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라는 숙원이 해결되지 않자 북이 다시 오기를 부리고 나선 것이다.

북의 주장은 자신들은 10·3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데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만 억지일 뿐이다. 북이 거론한 10·3합의는 ‘북이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하면 미국은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는 것이다. 신고는 ‘완전하고 정확한 것이어야 한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검증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려면 샘플 채취, 핵 관련 시설에 대한 불시 방문, 미신고 시설에 대한 검증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핵 검증의 일반적인 국제 기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은 ‘자주권 침해’ 운운하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 북이 신고를 정확하게 했고, 더 숨길 것이 없다면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체계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으로서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비핵화 2단계 조치의 전면적이고 균형 있는 조기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것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동안 베이징 올림픽에 쏠렸던 국제사회의 이목이 다시 북핵 문제로 옮겨올 것이 분명하고, 중국의 압박까지 예상되자 북은 2단계 이행 지체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곤경에 처할 때마다 책임을 전가하고 벼랑 끝 전술로 맞서온 북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북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시인으로 촉발된 2차 북핵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6자회담 체제가 출범한 지 오늘로 꼭 5년이 된다. 그러나 6자회담은 북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고, 북핵 폐기 과정은 핵 신고와 영변 핵시설 불능화 단계에 겨우 도달했을 뿐이다. 북핵에 관한 한 지난 10년은 확실히 ‘잃어버린 10년’이다. 북핵을 용인할 생각이 아니라면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좀 더 강하고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고려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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