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조건’ 한미 두차례 협상결과 그대로 인정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광우병 발생땐 30개월령 5년간 수입중단… 재수입 국회심의

“식물국회 계속되면 공멸” 위기 의식에 與野 한발씩 물러서

■ 가축법 개정 합의

여야가 18대 국회 임기 개시 81일 만인 19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4월 중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시작된 국가적 혼란과 정치적 논란이 뒤늦게나마 일단락되게 됐다. 또한 국회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여당은 발 빠르게 민생 대책 입법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야당은 지지 기반을 의식해 여전히 정부의 각종 정책 추진에 태클을 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국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 한미 쇠고기 협상은 인정, 앞으로는 국회가 관여

원 구성의 막판 걸림돌이었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3개 교섭단체 합의의 핵심은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의 효력은 인정하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시 국회의 통제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종전 규정에 따른다’는 예외 조항을 개정안 부칙에 넣는 데 가까스로 합의했다. 개정안이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한 것.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할 경우 국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합의 내용은 당초 국회의 ‘동의’를 요구했던 민주당과 ‘심사’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한 발씩 물러선 결과다.

국회 심의에 대해 외교통상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통상 마찰을 부를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의 통화에서 “원 구성을 미룰 수 없다. 여당과 정부가 책임지고 양보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심의’를 관철했다.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농식품부 장관이 즉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여야가 손쉽게 의견 일치를 봤다.

또 개정안은 민주당의 요청에 따라 앞으로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 결과가 한미 협상 결과보다 개방 폭이 작을 경우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게 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재협상 요구 시 따를 통상마찰을 우려하고 있다.

○ 이대로 가다간 여야 공멸 인식

한나라당이 겉으로는 ‘부분 원 구성’ 강행 카드로 민주당을 압박하면서도 관계 부처를 설득하며 여야 합의를 관철시킨 것은 식물국회가 장기화돼 9월 정기국회까지 차질이 올 경우 결국 책임은 여당이 져야 한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민주당이 상임위 구성 명단 제출을 거부하면 위원장 선출 등 부분 원 구성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도 있었다.

하지만 국회 파행을 막고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결국 대승적 양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여당의 정치력 부재 극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민주당은 자유선진당까지 한나라당을 지원하고 나서자 온건파 원내 지도부의 협상론이 힘을 얻으면서 당내 여론이 원 구성 쪽으로 기울었고 강경파도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합의한 가축법 개정안은 당초 요구에 못 미치지만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기자에게 “개정안 합의는 ‘재수입 시 국회 심의’로 했지만 실제 재수입 상황이 생기면 국회 심의로 끝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가축법 개정 문제를 원 구성과 연계해 국회를 장기간 마비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거대 여당 vs 소수 야당

9월 문을 열게 된 정기국회에선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수인 172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정국을 완전히 주도할 게 분명해 보인다.

18대 국회 임기 개시 이후 잠자고 있는 법안은 670여 건에 이른다. 정부 여당은 강력한 정책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청와대는 원 구성 이후 우선 처리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법안 19개 등 39개 법안을 이미 공개했다.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발표되고 감세, 규제완화 입법이 잇따르는 등 정부 여당이 대대적인 경제 살리기 공세에 나설 경우 민주당은 수의 열세를 절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존재감 과시를 위해서라도 매우 투쟁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FTA 비준안, 법인세법 개정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을 추진할 여당에 필사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밖에 모든 법안의 최종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기능을 조정해 심의(1개월) 및 본회의 상정 기간(3개월)을 강제화하는 국회법 개정 문제에서도 여야 대치가 예상된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사진부 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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