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 “원본 하드디스크 복사후 파기” 靑 “파기 근거 대라”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13분


■ 청와대-봉하마을 공방 핵심쟁점들

청와대가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기록물 무단 반출 과정에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 페이퍼 컴퍼니를 전격 공개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 측은 “봉하마을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방침이고, 노 전 대통령 측은 “무책임하게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을 짚어본다.

▽원본 하드디스크 반출 여부=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측이 퇴임 전 청와대 전산망인 ‘e지원’과 똑같은 시스템을 만들었고 e지원에 있던 원본 하드디스크를 빼내 여기에 탑재했다고 밝혔다. 무한 복사가 가능한 전산 자료의 특성상 원본 디스크 여부는 중요하지 않지만 국정 컨트롤타워의 핵심 장비가 통째로 유출됐다는 상징성 때문에 주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줄곧 “사본을 복사해갔다”고 반박하고 있다. 10일에는 봉하마을에 있는 하드디스크의 고유 일련번호가 e지원에 있던 하드디스크 일련번호와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사본이며 원본 디스크는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무단 반출 논란이 불거진 뒤 얼마든지 디스크를 교체할 수 있는 만큼 이제 와서 일련번호를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 파기했다면 근거를 대야 한다”고 일축했다.

▽반출 자료의 양과 질=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원본 하드디스크를 가져간 만큼 가장 많은 대통령기록물을 보유하고 있고, 국가기록원은 이 중 일부가 삭제된 자료를 이관 받았고 현 청와대에는 기초 자료 정도만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대통령 관련 기록은 국가기록원에만 넘길 수 있기 때문에 퇴임 전에 청와대 내 기록과 자료는 얼마든지 삭제할 수 있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사저에 보관하고 있는 자료 중 일부가 청와대는 물론 국가기록원에도 없을 수 있다는 것.

청와대 측은 “봉하마을에서 보관 중인 자료가 국가기록원이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보다 많은 것으로 안다”며 “국가 운영을 위한 핵심 자료를 노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만 보는 초법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보관 중인 자료의 대부분은 국가기록원에도 있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핵 등 국가 기밀 사항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별도 e지원 구축 과정=노 전 대통령 측은 “봉하마을 사저에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이 구축됐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반박하다 페이퍼 컴퍼니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자료 열람을 위해 e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노 전 대통령 외의 인사들도 봉하마을에 보관 중인 e지원 시스템을 통해 대통령기록물을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장 e지원 시스템의 작동을 중단하고 자료를 정부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국가 예산으로 구매한 전산 장비를 퇴임 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놓고도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회고록 집필 등을 위해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봉하마을에서의 청와대 시스템 해킹 여부=청와대와 봉하마을 양측 모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 청와대 측은 “현 전자문서 시스템인 ‘위민’이 e지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방화벽 설치 등 보완 작업을 거친 만큼 기존 시스템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봉하마을에서의 접속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로그인 체크를 했으나 아직 발견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후 내부 시스템에 대한 해킹을 당한 적이 있는 만큼 국가기록원의 조사 이후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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