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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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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이 18대 국회 개원식(5일) 참석을 최종 거부하면서 쇠고기 정국에 휩싸인 18대 국회가 초반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4일 “국회가 먼저 법을 지키자”고 했으나 민주당은 “급한 것은 청와대와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라며 등원 거부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 국회 개원일 규정한 국회법 위반
1994년 6월 14대 국회는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 총선거 후 최초의 임시회 집회일은 임기 개시 후 7일로 하고,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집회일은 전반기 의장단 임기만료 5일 전까지로 한다’고 개원일 규정을 변경했다.
개정된 국회법을 위반한 국회는 이 규정이 처음 적용된 1996년 15대 국회다. 당시는 총선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 새정치국민회의 등 야당이 원 구성 협상을 보이콧해 개원이 1개월 지연됐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16, 17대 국회는 개원일을 지켜 18대 국회 개원이 연기되면 12년 만에 국회법을 어기는 국회가 다시 나오는 셈이다.
○ “법을 지키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회법에 ‘임기 시작 후 7일째’라고 첫 등원 날짜를 못 박은 것은 여야가 당리당략 차원에서 줄다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회 개혁의 노력이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고유가 대책을 마련하려면 세법 손질도 필요하며, 민주당과 협의할 게 많다”며 ‘민생 등원론’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이 그동안 양보를 거듭해 왔음을 재삼 강조했다. △쇠고기 고시 유보를 위해 관보 제작을 중지해 달라는 야당의 요청을 수용했고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자율적으로 금지해 달라는 요청도 했으며 △재협상 촉구결의안 발의 역시 야당의 뜻대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 미국에서 수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서는 “그 법이 통과되면 대한민국 정부가 앞으로 외국과 협상을 못한다”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민주당 의원들의 등원을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 “급한 것은 정부와 미국 축산업자”
민주당이 끝내 국회 개원을 거부한 것은 초·재선 의원들의 강경한 요구를 지도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국회법 위반’은 개의치 말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손학규 박상천 두 공동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는 그동안 “최소한의 법은 지키면서 장외투쟁을 병행하자”고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고비로 ‘개원식 참석도 반대’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광주(5일) 부산(7일)에서 장외 규탄대회를 갖기로 했다. 또 민주당의 이름을 내걸지는 않더라도 소속 의원들이 도심 촛불집회와 ‘72시간 철야 촛불문화제’에도 적극 합류하도록 할 방침이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촉구했다.
○ 동력 잃어가는 여야 협상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원내대표(홍준표-원혜영), 수석 부대표(주호영-서갑원) 채널을 가동해 왔다. 그러나 전화 통화를 몇 번 주고받은 게 전부일 정도로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일 오후 예정됐던 홍-원 회동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도 생겼다.
한나라당이 3일 민주당에 재협상 촉구결의안의 여야 공동발의 및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 포기를 약속하겠다는 뜻을 전해 오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는 듯했다. 그러나 ‘반짝 기대감’은 가축전염병예방법 이견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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