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있으나 마나’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82건 제소에 17건 통과… 징계 처리는 0건

‘음주 폭행, 성추행, 맥주병 던지기, 여행경비 지원 받기….’

17대 국회에서는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크게 늘면서 82건이 국회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됐지만 단 한 건도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리위는 이 중 17건에 대해 징계를 결정해 놓고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아 “고의적으로 ‘동료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1년 만들어진 국회 윤리위는 14∼17대에 모두 150여 건을 처리했지만 본회의에는 상정하지 않는 ‘전통’을 이어왔다.

무소속 최연희 의원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2006년 술에 취해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뒤 당을 떠났지만 국회 차원의 징계는 피해갔다. 같은 당 곽성문 의원은 2005년 골프 후 식사 자리에서 맥주병을 던져 여론의 지탄을 받았지만 동료 의원들은 그의 잘못에 눈을 감았다.

또 민주당 선병렬 의원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등은 2005년 국정감사 때 피감기관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역시 ‘기한 만료’의 혜택을 봤다. 이 외에도 22건이 심사 기한 만료로 흐지부지됐다.

2006년 5월 당시 윤리위원장인 김원웅 의원을 비롯해 한광원 주호영 의원 등이 다른 나라 국회의 윤리위 운영 실태를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9박 10일간 미국,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을 방문하기까지 했지만 그뿐이었다.

비판이 제기되자 윤리위는 의결권이 없는 자문위원회를 윤리위 외부에 설치했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동료를 처벌하지 않는 관행’을 이유로 윤리위 내에 외부인사로 구성된 별도의 윤리조사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윤리위 일각에서는 “미국 하원처럼 윤리위가 조사권을 갖는 것이 실효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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