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朴에 당대표 제안” 朴측 “그런적 없어”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 李-朴회동 이후 엇갈린 주장

靑 “黨구심점 돼달라 권유… 朴 전 대표 거절”

朴측 “왜 뒤늦게 일방적 발표하나” 거센 반발

“대통령 무시” “갈라서기 시간문제” 결별론 솔솔

청와대가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10일 회동에서 당 대표직 제안을 했다”고 뒤늦게 공개하고 나서자, 박 전 대표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결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동 중에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의 구심점이 되어 달라. 그러면 친박(친박근혜 계열)의 복당 문제를 포함한 여러 문제를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했다”면서 “이는 사실상 당 대표직을 제안한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박 전 대표는 “이미 당 대표를 안 맡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맡겠느냐”며 고사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10일 청와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당 대표를 제안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씀은 없었다”고 답했다.

○ “대통령은 진정성을 보였다” vs “그게 대표직 제안이냐”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복당 문제의 고리를 풀어주고, 당 대표직까지 제안하고, 발표도 원하는 대로 하도록 ‘프리핸드’를 주었음에도 이 대통령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니 어쩔 수 없었다”고 대표직 제의 사실 공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에서 청와대가 준비가 없었다거나 선물이 없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대통령은 진정성과 성의를 갖고 응대했다”고 강조했다.

친이 측의 한 의원은 “대표직을 맡아 복당 문제를 푸시라는 제의는 대통령의 진정성이 담긴 카드였는데 박 전 대표는 일방적으로 브리핑을 하면서 이런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국정운영 책임자인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숨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박 전 대표 측 이정현 국회의원 당선자는 “청와대의 주장에도 당 대표를 제의했다고 적시하지 않았는데 그걸 어떻게 제안했다고 할 수 있느냐. 박 전 대표는 이미 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당 대표는 당원이 선출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맡아라 말라’ 할 자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박 전 대표가 (호주 방문을 위해) 출국한 상황에서 회동 이틀이나 지난 뒤 이런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박 전 대표를 거짓말쟁이로 모는 것이 화합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친박 측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회동 후 일부 의원에게 내용을 다 공개했는데 대표직 제안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대통령이 그런 중차대한 얘기를 외부에 공개하도록 했다면 박 전 대표와 같이 안 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청와대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박 전 대표가 브리핑에서 ‘당직 제의가 없었다’고 말한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친박 복당 문제에 ‘다걸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제의에 거부감을 느꼈거나, 대통령이 성의를 표했는데 자신이 거절했다는 모양새로 비치는 상황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고개 드는 결별론

단독 회동에 대해 한 친박 인사는 “대통령은 억지로 나온 것 같았고 박 전 대표도 수위 높은 말들을 직정적으로 쏟아냈다. 멀리 보면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친박연대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최근 조건과 시한을 내걸며 보여 온 언행들은 복당 무산 시 탈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 세력 일부는 복당 무산을 전제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플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홍사덕 친박연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나와 “박 전 대표가 어제 ‘명예’라는 말을 입 밖에 낸 걸 보고 빨리 매듭지어야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오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다”며 “명예는 정치인이 모든 걸 걸 때나 쓰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친이 측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 직계의 한 인사는 “대통령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박 전 대표에게 언제까지 굽실거릴 건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갈라서기를 전제로 한 정국 구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진영에서 결별론이 나오는 것은 두 사람의 정치적 태생 환경의 차이 및 독특한 정치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두 사람 간에는 ‘경제인과 정치인’ ‘평민과 귀족’ ‘비주류와 주류’라는 정치적 유전자(DNA)의 다름과 경선 때부터의 뿌리 깊은 불신이 상존한다. 이 대통령은 경선 때 사석에서 “내가 당의 주류였다면 이런 취급을 받았겠느냐”고 수차례 말한 바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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