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128명중 78명만 살아남았다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 한나라 지역구 245곳 공천 사실상 완료

정몽준 등 수도권 징발… 과반의석 확보 강한 집념

다선 - 고령 의원 대거 탈락… 세대교체 기반 마련

한나라당이 16일 4·9총선 지역구 공천 작업을 사실상 완료함에 따라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는 지역구에 1173명이 공천을 신청해 4.8 대 1의 사상 최대 경쟁률을 보였다. 대선 압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구 245곳에 공천 내정 또는 확정된 인물의 면면과 공천 과정을 뜯어보면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 확보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과반 의석 확보해야 국정 안정”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총선에서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국정을 안정시키고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며 총선 승리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통합민주당이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서울에 출격시키자 한나라당이 이미 공천자를 발표까지 했던 지역(서울 동작을)에 정몽준 최고위원을 울산에서 징발해 전격 투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 송파병에 공천 신청했던 나경원 대변인이 여론조사에서 월등하게 우세하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구에 전략 공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총선 과반 집착은 지난달 이명박 정부의 조각 과정에서 입각이 유력시되던 전재희(경기 광명을) 최고위원을 수도권 총선 전략 차원에서 출마 쪽으로 돌릴 때부터 기류가 감지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에서 몇몇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 등으로 사퇴한 이후 수도권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한나라당을 더욱 조급하게 만든 요인이다.

당에서는 대선 직후 총선이 치러진 비슷한 상황의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됨으로써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정국을 장악하지 못하고 결국 ‘물태우’란 말까지 듣게 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현역 의원 대거 물갈이

한나라당 현역 의원 128명 중 78명이 공천을 받고 50명이 탈락했다. 현역 의원 탈락률은 39%로 17대 총선에서의 36.4%보다 조금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 온 직후라는 점에서 ‘정권교체의 동지’들이 대거 떨어진 것은 심리적으로 훨씬 큰 물갈이로 인식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선 직후 의원들은 저마다 ‘대선 공로’를 내세우며 원내 재입성 의지를 불태워 왔다.

다선, 고령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그 자리를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로 채워 출마자들의 연령도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이 상대적으로 고령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MB당’으로 변신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핵심 원로그룹이었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김덕룡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번 공천을 통해 한나라당이 MB(이명박)당으로 탈바꿈했다.

공천 기간 내내 ‘친(親)이명박 대통령’ 계열과 ‘친박근혜 전 대표’ 계열 간 ‘계파 사람 살리기’를 놓고 갈등을 빚었지만 예상대로 권력을 잡은 쪽의 승리로 결판났다.

지난해 경선 당시 ‘친박’계는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포함해 80∼90명이었으나 절반 정도만 공천을 받았다.

반면 이 대통령 계열은 경선 당시 130∼140명에서 수십 명이나 몸집을 불렸다.

특히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인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자들이 상당수 공천을 받음으로써 당에 대한 이 대통령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높아진 도덕성 잣대

일부 공천자에 대해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교체를 요구하는 등 ‘적격성’ 논란이 일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공천심사 기준이 엄격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천심사 초기에 불거진 ‘비리연루자 공천 배제’ 당규 때문에 상당수 예비후보가 공천 신청서조차 내지 못했다. 논란 끝에 ‘벌금형’ 전력자의 경우 공천 신청을 받았지만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했다.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해 다른 정당 후보로 출마했던 25명의 예비후보는 복당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공천 과정에서 도덕성 기준은 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칼날 공천’이 화제를 뿌리면서 양당 간에 경쟁이 붙은 측면도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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