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두원]자원외교-대외원조 함께 가자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최근 원자재 및 식품 값 급등으로 각종 자원이 경제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가 자원외교의 총책을 맡는 것은 세계적인 조류를 감안할 때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원외교와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이 바로 한국의 대외원조 정책이다.

비록 최근에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한국은 대외원조에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원조의 규모 면에서 볼 때 2006년 기준으로 국민총소득의 0.05%에 불과하다. 이는 유엔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0.7%)에 턱없이 못 미칠뿐더러 국제사회에서 원조에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는 미국의 0.17%와도 큰 차이가 나는 형편이다. 원조의 구성에서도 유상원조와 양자간원조의 비중이 높은 구시대적인 관행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이 과거 국제사회의 원조에 힘입어 전후(戰後)복구를 하고 포항제철과 같은 기업을 세울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추세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우선 현 정부는 2012년까지 국제원조액을 국민총소득의 0.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총리를 중심으로 정부가 자원외교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며, 국제원조의 확대는 이와 같은 자원외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총리실 통해 선택과 집중을

원조정책을 빠른 시간 안에 개선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러시아와 같은 신흥 원조제공국의 등장이다. 이들 국가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하여 자원부국 개발도상국 원조를 급속히 확산하고 있으며, 이들의 기세와 영향력은 기존의 서방 선진국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한국이 앞으로 대외원조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신흥원조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재와 같이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가,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식의 양분된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비록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를 단일화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 하더라도 최소한 양자간 긴밀한 협조와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 원조의 규모가 커지고 그 구성이 달라질 경우 양 기관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총리실을 통한 조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둘째, 기존 서방선진국 그리고 중국과 같은 신흥원조국들과의 차별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원조의 규모 면에서 이들 국가와 경쟁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자칫하면 별 효과도 내지 못하고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혜국을 결정하는 데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와 같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 조건이 맞지 않아 아직 서방과 중국의 손이 미치지 못한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 같이 원조의 대가로 자원만 빼가는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수혜국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원조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수해 주는 것이며, 이는 많은 국제기구 전문가가 공감하는 바이다. 개도국 지도자들에게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한국의 경험과 정책들을 전수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히 공장 한두 개를 세워주는 것보다 더 큰 혜택이 될 것이다. 기존 원조국들과의 차별화를 한다고 해서 한국이 모든 원조를 독자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네덜란드 같은 원조 선진국들과의 공조, 그리고 유엔개발계획(UNDP)과 같은 국제기구와의 공조를 통해 그들의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고 동시에 원조의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발전경험 전수하면 환영받을 것

마지막으로 국제원조를 빠르게 대폭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아직 국제원조보다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 또는 차라리 북한 주민을 위해서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지배적이다. 바로 이러한 국민의식 때문에 한국 정부는 원조에 인색했다. 원조를 하더라도 각종 경제적 반사이익을 전제로 한 유상원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그 역할을 할 때가 됐다. 이러한 원조가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 모두가 가져야 할 것이다.

이두원 객원논설위원·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leedw10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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