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이명박 특검’… 수사 어떻게 돼가나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김만제 씨 특검 출두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 위해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명박 특검 사무실에 출두한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만제 씨 특검 출두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 위해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명박 특검 사무실에 출두한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4일로 최장 수사기간(40일)의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달 15일 수사에 착수한 특검팀의 1차 수사 종료 시점은 13일이지만 정 특검이 수사 기간을 10일간 한 차례 더 연장할 방침이어서 23일까지 수사하게 된다.

특검팀은 그동안 각 해당 의혹과 관련된 기록 검토, 참고인 소환 조사, 압수수색, 금융거래 기록 확인 작업을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검팀 안팎에서는 지난해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재탕’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특혜 분양 의혹=DMC 관련 수사를 특검팀이 가장 먼저 손을 댔다. 상대적으로 검찰 수사가 덜 된 부분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사 착수 나흘 만인 지난달 18일 특검팀은 특혜 분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독산학협동단지 사무실 등 5곳에 대해 첫 압수수색을 벌였다. 첫 소환자도 DMC 분양업무를 맡았던 서울시 직원이었다. 출국금지한 6명 모두 DMC 관련 인물일 만큼 특검은 수사 초기에 이 부분에 집중했다.

특검팀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당시 DMC 분양업무를 맡았던 서울시 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한독 측에 DMC 용지를 분양한 경위와 위법 행위 여부를 조사했다.

특검팀은 설 연휴 이전에 DMC 관련 주요 참고인 소환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지만 그 만큼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소환된 서울시 직원 대부분이 “DMC 사업은 이 당선인의 전임자인 고건 시장 때 이미 골격이 만들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특검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사 결과 이 당선인의 연루 의혹을 밝히지 못하고 한독 측과 서울시 공무원의 불법 행위만 확인했을 때 이들만 기소하는 게 형평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곡동 땅 및 ㈜다스 실소유주 의혹=특검팀은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주인이 누구인지를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1985년 도곡동 땅을 이 당선인의 맏형 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에게 팔았다는 원래 땅 주인 전모 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라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전 씨는 검찰에서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인물이라 이 땅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상은 씨의 재산관리인 이병모 씨도 불러 조사했지만 이 씨는 “도곡동 땅은 이상은 김재정 씨의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1998년 감사원 감사에서 “도곡동 땅의 실질적 소유자는 이명박”이라고 진술한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도 4일 특검에 출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당시 이명박 씨의 땅이라는 소문을 실무자에게 들었지만 이명박 씨 땅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BBK 주가조작 및 검사 회유 협박 의혹=지금까지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의혹과 관련한 소환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검찰에서 넘겨받은 관련 수사 자료가 워낙 방대해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특검팀은 “이제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며 밤늦게까지 수사에 힘을 쏟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소환 대상자인 심텍 전세호 사장은 해외에 체류하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전 사장은 BBK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뒤 김경준 씨를 횡령 혐의로 고발한 인물이다.

김 씨에 대한 검찰의 회유 협박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수사 초기 김 씨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지만 김 씨 측은 회유 협박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씨 측은 “김 씨 부인과 검찰 수사 당시 변호사가 통화한 내용의 녹음 파일 중 1개가 아직 미국에서 도착하지 않았다”며 “통화 내용엔 변호사와 검찰이 형량을 협상하는 부분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먼저 형량 협상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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