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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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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피부로 느끼게… 일몰제-네거티브시스템 도입
부동산 취득-등록세 내리고 종부세는 하반기 다시 검토
지방도시들 묶어 광역경제권 설정… 기업투자 유치할 것”
“짧은 호흡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경제를 운영하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운용 계획은 ‘규제 개혁을 통한 성장 동력 확충’으로 요약된다. 성장률에 집착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체질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은 6%,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창업 규제 혁파=이 당선인은 이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개혁을 우선과제로 제시한 이유는 세계 경제 침체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전망인데다 국내 소비 여력 또한 제한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 투자가 경기 진작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규제 일몰제와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몰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규제가 폐지되는 제도이며 네거티브 시스템은 사전에 금지한 몇몇 사항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TF 팀장인 박재완 의원은 “금융 창업 교육 규제 등이 시급히 손봐야 할 대상”이라며 “정부조직 개편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미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를 공언했으며 재계는 정부 등록 규제 5000여 건 가운데 1600여 건을 폐지 혹은 수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집값 안정 속 거래 활성화=이 당선인은 “(집값이) 현재 가격 이상으로 오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해 당분간 집값 안정을 정책 기조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거래가 너무 중단돼 있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양도소득세 완화 방침도 밝혔다. 여기에 취득·등록세 인하와 기반시설부담금 개편도 약속했다.
이 당선인이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제시한 배경에는 ‘양도세 인하→매물 증가→가격 안정’이라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 미분양 아파트가 10만 채를 넘어선 상황에서 분양시장의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는 현실론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더 부동산 경기를 파악해 가면서 올해 하반기에 다시 검토하겠다”고 못 박았다.
▽지방 투자여건 개선=이 당선인은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방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상생(相生)의 관점에서 해법을 내놓았다.
그는 “특정 지역을 완벽하게 규제해서 다른 지역이 도움을 받는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느 한쪽을 규제하는 것보다 지방에 더 많은 투자가 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도시들을 묶어 ‘광역 경제권’으로 설정하고 수도권에 버금가는 기반시설을 설치하면 자연히 신규 투자가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이 당선인은 “도시를 다녀보면 그 도시에 필요한 과제가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하도록 하고 시설을 확장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경부운하는 국민합의로=이 당선인은 “(경부운하 건설을)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100%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투자자가) 당장 나올지 2, 3년 뒤에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 자체가 갖고 있는 (건설) 스케줄은 없다. 국민적 납득과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모두발언 초안에 있던 “좋은 정책도 국민이 반대하면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가 최종본에선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추진하겠다”로 바뀐 점은 대운하 사업 추진을 염두에 둔것이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국정 지표
알뜰-유능정부 “정부부터 변화 시작하겠다”
실용주의 정부“국익 도움땐 어디라도 갈 것”
화합속의 변화“국민 합심해 경제난 극복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정지표로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 △실용주의 정부 △화합 속의 변화를 내세웠다.
이 당선인은 모두 발언에서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드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라고 말했다.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는 13일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신발전체제’의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으로, 대선 기간 이 당선인이 강조한 유능한 정부에 ‘알뜰한’이라는 표현이 덧붙었다.
이날 회견에서 5대 국정지표 중 유독 이 부분을 강조한 것은 이 당선인이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를 언급한 뒤 곧바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정부조직의 군살을 빼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은 본인의 캐치프레이즈인 ‘실용주의 정부’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 정부다. 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라도 달려가 일을 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실용주의 정부의) 취지에서 취임 전이지만 우리나라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되는 4개국에 특사를 보내겠다”며 “남북관계도 이제 실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화합 속의 변화’도 강조하며 “세계 경제가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내는 등 여건이 어려울수록 합심해서 변화를 창조해내야 한다”며 “변화는 정부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발언 마지막 부분에 “더 큰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우리가 못 해낼 일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화합을 강조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재계 반응
“규제완화-노사관계 원칙 약속 환영
기업 투자심리 긍정적 영향 미칠것”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와 기업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전경련은 14일 논평을 통해 “건국 60주년이 되는 올해를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아 경제 활력 회복에 최선을 다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부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규제개혁을 추진하며, 법치주의의 확립과 투자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실천 의지를 밝힌 것은 국민에게 경제 활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고 경제인에게는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규제개혁이며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우선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며 “규제 일몰제와 네거티브시스템 도입 등은 상의가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해 왔던 것인 만큼 조속히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규제개혁 및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관계 정립 등 경제인들의 오랜 바람을 약속해 준 것을 환영하며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업 마인드를 갖춘 이 당선인이 차기 정부에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줄 것으로 희망한다”며 “중소기업과 관련해서는 규제 완화뿐 아니라 연구개발 및 판로 지원 등 정책적 지원도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을 비롯한 기업의 반응도 경제단체의 논평과 비슷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규제개혁과 법치주의 확립은 ‘경제 살리기’의 핵심적 선결 과제”라면서 “이명박 당선인의 기자회견이 그동안 적지 않게 사기가 꺾인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최소한 심리적으로라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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