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시대]<5·끝>남북-외교안보

  • 입력 2007년 12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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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확대 재검토… 경협도 효율성 따진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중시하는 이념 위주의 정책을 펴 왔다. 이 당선자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외교의 글로벌스탠더드, 보편주의를 추구하며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및 개혁 개방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및 미사일방어(MD) 계획에 참여하고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경제교류에 초점을 맞춰 동북아를 넘어 호주 동남아 중앙아시아까지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신(新)아시아 외교’를 추진할 계획이다. 》

상호주의- 대북지원-핵폐기 연계… 납북자 송환 대가 제공

남북경협- 인프라 약한 개성 대신 한강하구 경협지대 추진

한미동맹- 신뢰회복 위해 PSI 등 美세계전략에 동참 검토

○ 북한 비핵화가 첫 목표

이 당선자는 북한의 핵 폐기를 남북 경제교류 활성화의 대전제로 하고 있다. 그의 공약 중 대북 투자를 통해 500∼1000달러인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후 3000달러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비핵·개방·3000구상’의 출발점도 북한의 핵 폐기다.

이 당선자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핵이 폐기됨으로써 본격적인 남북 경제교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 측은 6자회담 2·13합의에 따른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조치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부정적 태도로 불능화의 다음 단계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북 지원 및 경제교류의 축소 내지 중단을 통해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는 또 회견에서 “6자회담을 통한 국제공조를 적극적으로 하고 북-미 회담이 성공하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태도를 유지하되 북한과 미국이 따로 만나 협상을 하더라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북-미 간 밀착에 따라 한국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한미동맹을 강화해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 남북 정상회담 합의 재검토

이 당선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본다. ‘당근’으로 북한을 회유하려는 자세가 핵 개발 시간만 벌어 줬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남북 경제협력’이란 명분으로 실시된 대북 지원 사업이 실질적인 북한의 개혁 개방을 끌어내지 못했고, 장기적인 대북 경제 전략에도 도움이 안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10월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 안변지역 선박공장 건설, 개성공단 2단계 개발 등 정상회담 결과를 재검토하겠다는 게 이 당선자 측의 생각이다.

이 당선자의 대북 정책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 당선자가 대북 정책 전반을 새롭게 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 측은 특히 지난달 남북총리회담에서 내년 상반기에 착수키로 한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을 뒤로 미루고, 한강 하구 비무장지대 퇴적지에 남측 자본과 북측 노동력을 결합해 새로운 공단인 ‘나들섬’을 건설키로 한 공약을 추진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지난해 6월 개성공단 방문 후 기자 간담회에서 “(개성공단의) 금융이 자유롭지 못한 점과 인터넷 시스템을 보완하고 24시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지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들섬’엔 남측의 기업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항만과 함께 서울 인천 평양 개성과 통하는 육로도 만들어 개성공단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가를 주는 방식으로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과 6·25전쟁에 참전했던 국군의 유해 발굴을 반드시 성사시킬 방침이다.

이 당선자는 국가가 국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태도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또 북한의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게 북한의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한미동맹 복원 넘어 강화

이 당선자 측은 지난 10년 동안 틈이 벌어진 한미동맹의 복원을 위해 집권 초부터 외교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 당선자는 20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새로운 정부에서는 한미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되도록 빨리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 측은 한미동맹 복원을 위해 미국이 전 세계에서 추진 중인 핵 물질의 이전 및 테러 방지 전략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대표적인 방안이 미국이 주도하는 PSI와 MD 계획에 대한 참여다.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각각 MD와 PSI에 대한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깊어졌다는 게 이 당선자 측의 판단이다.

이 당선자의 외교정책 브레인인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이 당선자가 외교 환경 및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서 PSI 및 MD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제기했던 ‘양국 동맹의 최종 목표 재검토’에도 적극 응할 방침이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논의하기를 부담스러워 한 ‘북한 급변사태 시 대응 시나리오’나 남북통일에 대한 한미 양국의 장기계획, 통일 이후 대중국 전략 등 ‘한반도 플랜’에 대해 미국과 의견 조율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 측은 집권 후 1∼2년 내 한미 정상의 ‘신 동맹선언’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양국 외교장관 및 국방장관의 공동회담도 정기적으로 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당선자의 브레인인 김우상 연세대 교수는 “이 당선자는 장기적으로 ‘신 동맹선언’과 같은 장기 목표를 추진하고, 단기적으로 대미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자본을 국내에 유치하는 데 관심을 많이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당선자 측은 미국과 협의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보다 늦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태효 교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는 급할 게 없다. 미국 대통령도 내년 말 바뀌기 때문에 북핵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 호주 인도 중앙아시아까지 외교 역량 확대

이 당선자 측은 ‘한미일 공조체제’ 안에서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 당선자의 외교정책 수립을 도운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이 당선자가 ‘실용외교’를 표방하고 있고,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비해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기 때문에 한중일 3국 관계가 매우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당선자는 21일 후쿠다 총리와의 통화에서 “일이 있을 때마다 만나는 ‘셔틀외교’를 하자”고 제안했고,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서는 “중국은 아시아 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 측은 호주 인도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경제와 에너지, 자원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해 힘을 쏟을 방침이다.

김우상 교수는 “경제외교는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상에 맞는 기여를 해야 가능하다”며 “개발도상국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을 이전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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