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발목잡는 ‘보이지 않는 손’ 있나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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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당-민주당 합의 폐기 위기

朴대표 “협상결렬 통보이후 아무 제안 못받아”

신당측도 “법률적 통합은 어차피 어려워졌다”

盧대통령-DJ 합당 반대 의중 작용설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및 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양당은 12일 양당 대표와 대선 후보가 합당을 공식 선언하고 ‘4대 합의사항’을 발표했으나 일주일여 만에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는 20일 방송기자 토론회에서 “막판 협상엔 진통이 있기 마련”이라며 낙관적 반응을 보였지만 협상 파트너인 민주당 수뇌부는 이미 “상황은 끝났다”는 자세다. 여권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정 후보의 영(令)은 힘을 못 받은 대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물 건너가”= 대선 일정과 정당법 절차를 감안하면 양당은 늦어도 21일까지는 통합 협상을 마무리하고, 22, 23일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대선후보 등록일 하루 전인 24일 오전까지는 합당신고서가 수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25일이 지나면 합당을 하더라도 대선일(19일) 이후 20일이 지나면서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하므로 의미가 없어진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20일 오전 “협상단의 물밑접촉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측은 “귀신과 협상하는 모양”이라고 일축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20일 오후 기자와 만나 “당 대 당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어제 협상 결렬 통보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으로부터 어떤 구체적 제안도 받은 바 없다. 신당은 협상 의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박 대표는 다만 후보단일화 부분에 대해서는 “정동영, 이인제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해, 두 사람을 합칠 경우 중도개혁세력이 집권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마지막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는 후보등록 후의 얘기”라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도 “법률적 통합은 어차피 어려워졌다. 정동영 후보 측 의사가 일사불란하게 전달이 안 된다. 대선은 잘해야 ‘정치적 통합’ 상태에서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만에 하나 극적인 계기가 마련되면 후보등록 이후라도 단일화가 되거나 한쪽 후보로 지지가 몰리는 ‘사실상의 단일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보이지 않는 손’ 있나= 민주당 박 대표는 “19일 저녁 정동영 후보와 통화할 때 우리가 ‘전당대회 시기를 총선 이전으로 하겠다’고 양보하면서 사실상 협상은 타결됐는데, 하루만에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친노(親盧·친노무현) 및 김근태계,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 의원들과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격렬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호남 국회의원과는 일 못해먹겠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과 연관이 깊다”고 전했다.

박 대표 등이 호남 지역 총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점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식했고, 이런 기류가 신당 의원들에게 투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일주일 전쯤 당 유력 인사가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해 합당 성사를 요청했으나 ‘총선 뒤에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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