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3인 지지율 왜 안오를까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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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탈당 및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범여권 대선후보 지지율의 하향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합쳐 ‘합계 30%’를 넘나들었으나 최근 조사에선 20%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정 후보는 10%대 초중반, 문 후보는 6%대, 이 후보는 2% 미만 수준이다. 당초 범여권 전략가들이 ‘이명박 후보 독주 체제가 무너지면 팽팽한 3자 혹은 다자 구도로 선거판이 재편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무능한 좌파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이 매우 큰 탓이라는 분석과 함께 범여권 주자들의 뚜렷한 정책 노선의 부재 등을 지적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노무현 정부 공동책임의 업보=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의 독선적 방식이나 참여정부의 실패한 정책은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먹히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현 상황을 타개하는데 ‘과감한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후보가 적극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노무현 정부와 뭐가 다른데’ 하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것.

8일 열린 재향군인회 토론회에도 정 후보가 참석해 자신의 안보관을 주장하고 논쟁을 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당내에서 대두되기도 했다. 주최 측의 보수 성향 때문에 적진(敵陣)으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그런 곳에서 자신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공약을 공세적으로 얘기할 때 여론 주목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정 후보 측은 결국 지방일정을 이유로 토론회에 불참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향군토론회의 성격상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진보개혁 지지층 규합’이라는 도식적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자신의 중도실용 정체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이 때문에 ‘집토끼 산토끼’ 모두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입시 폐지, 이라크 파병 추가 연장 반대, 비정규직 요청 대기업체 처벌방안 마련 등의 공약이 대표적 사례다. 핵심 메시지도 ‘개성 동영’ ‘가족행복시대’ ‘교육 대통령’ 등 추상적 차원으로 분산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호남과 수도권 표심의 탈(脫) 동조화=최근의 미국-아시아 주식시장이 엇박자를 보이는 것처럼 호남과 수도권 표심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선거에서는 호남 표심의 향배에 따라 호남 출신 거주자 비율이 높은 서울 등 수도권의 표심이 따라가는 현상을 보였지만 이번 대선만큼은 정반대라는 것.

실제 5일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KRC)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호남에서 과반에 가까운 48.3% 지지를 얻었으나 서울에서는 6.8%를 얻는 데 그쳤다. 이는 대구 경북(8.8%)보다 낮은 수치다. 16개 시도 중 최저치였다. 반대로 이명박 후보는 서울(67.6%)의 지지율이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경북(67.5%)보다 높았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세금 문제 등이 불거지며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의 투표성향이 ‘실리 중시’로 많이 바뀌었음에도 범여권의 대처방안이 안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속 ‘밑천’ 드러나=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햇볕정책’ 승계를 표명했다가 ‘생산적 햇볕정책’으로의 전환을 다시 표방하는 등 ‘오락가락한다’는 일부의 평가가 부담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기획탈당설’이 번지는 것도 지지층 결집에 장애가 되고 있다.

참신함을 무기로 내세웠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도리어 손해를 보는 형국이다. ‘뉴 페이스’란 점 때문에 미디어에 의한 노출 효과를 톡톡히 얻었음에도 ‘언론에서 나를 다루지 않기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언론 탓을 했던 그가 정작 최근의 TV토론 등에서 별로 점수를 얻지 못했다는 것.

기존 정치권에 대해 “어서 퇴출돼야 할 분들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강성 발언을 한 것이 ‘오만하다’는 이미지를 심었다는 평가도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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