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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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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연합도 괜찮아”
범여권 대선 후보들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일면서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후보 단일화 ‘당위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최근 각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조건부 단일화’를 구상하는 등 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여기엔 대선을 넘어 내년 총선을 대비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당위론’에서 ‘국민 뜻대로’=정 후보 측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21일 후보 단일화에 대해 “국민의 요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후보는 15일 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후보 단일화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일 라디오에 출연했을 당시 정 후보는 “이른 시일 내에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위론’이 ‘국민의 요구가 있어야 하는’ 사안으로 대체된 셈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은 “지지율이 지금처럼 낮아서는 후보 단일화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 후보와 이 후보, 문 전 사장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30%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선 단일화를 해도 지지율이 50%를 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맞설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이 지지율을 올려줘야만 단일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 측은 최소한 범여권 세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40%는 넘어야 단일화를 본격 논의할 수 있다는 자세다. ‘국민의 요구’를 내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반(反)이명박 세력 집결’이란 정치적인 목적으로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총선 대비=이인제 후보 측도 ‘선(先) 민심, 후(後) 단일화 협상’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공개적으로 “11월 중순까지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캠프에선 단일화가 되기 위한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 기준을 30% 이상으로 잡고 있다.
장기간 세 후보 중 30%가 넘는 지지율을 확보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지지율이 낮은 쪽은 높은 쪽을 상대로 내년 총선에서의 ‘연합공천’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단일화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총선을 대비하기는 정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정 후보 측의 한 핵심 의원은 최근 이 후보 측과 접촉해 “후보 단일화의 틀은 총선과 연계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단일화 안 되면 ‘연합’이라도=문 전 사장 측 역시 11월 중순까지는 ‘자력갱생’을 추진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섣부른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다 정 후보 측에 흡수되는 것을 막자는 포석이다.
문 전 사장 측 김헌태 정무특보는 “후보 단일화를 하더라도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보다는 ‘정책연합’, ‘선거연합’ 쪽이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합’은 여론조사나 경선 없이 정치적 결단을 통해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한시적으로 후보를 돕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선뿐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 독자적인 노선을 견지하며 지지세를 확대시키는 것을 염두에 둔 대안으로 풀이된다.
또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 후보를 만나 “대연합을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연합이든, 통합이든 대동단결해야 한다”며 ‘단일화’가 아닌 ‘연합’을 언급했다.
이는 세 후보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독자노선을 걸으려 할 경우 ‘연합’이라도 추진해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이날 정 후보에게 초·재선 및 386의원들이 ‘반이명박 전선’에 몸을 던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21일 “김 전 대통령이 ‘386의원 등이 배낭을 메고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휴대전화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면 민심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성급한 단일화’ 반대=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후보 단일화에 대해 “후보가 선출된 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단일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은 후보들이 얼마나 지지율을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대선 직전까지 후보 교체론에 시달렸던 전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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