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잃어버린 10년 되찾자” 鄭 “낡은 가치와 싸우겠다”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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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되찾자”

한나라당은 21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의 ‘실정(失政)’ 목록을 작성해 공개했다.

‘신고합니다. 돌려주세요. 잃어버린 세월 신고목록’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지난 무능정권 세월은 상실의 시대였다”고 지적하고 10년 동안 잃어버린 내용을 제시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18일 벤처기업인 대상 특강에서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 공세에 대해 “왕년에 관치경제 시대, 잘 주물러진 시대의 관료들 또는 권력자들, 또 관치경제 시대에 정경유착해서 잘 나가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잃어버린 것 있으면 신고해라. 찾아 드리겠다”고 비판한 데 대한 재반박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성장과 희망을 잃고 양극화와 절망만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4%대의 저성장이 고착돼 아시아에서도 최하위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중산층은 몰락하고 양극화는 심화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세금폭탄’, 생계비 폭등, 일자리 고갈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세 번째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도시근로자가 서울 강남에 33평형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44년이 걸리고 현 정부 들어 5년 동안 전체 부동산 가격이 1365조 원 오른 점을 제시했다.

그 다음으로 교육과 가족 행복의 상실을 꼽았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월 33만 원으로 전체 교육비의 53%를 차지하고, 교육을 통한 빈곤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기유학이 지난 7년간 13배 증가해 가족이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동안 △일자리를 잃고 △주권과 안보는 없고 북한 퍼주기와 이념 갈등만 초래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려 국민의 알권리를 빼앗고 △헌법이 유린당하고 법치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무능정권이 집권한 잃어버린 세월은 경제대란, 집값대란, 실업대란, 교육대란, 안보대란, 헌법대란 등 ‘6란의 시대’였다”고 주장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새 시대의 물곬’…‘명명명 시리즈’…

대선 슬로건 공모 이색 작품들

한나라당이 4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 대선 후보 띄우기 슬로건, 로고송 공모전’에 재미있는 작품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해 ‘수로통심개(水路通心開·물길이 열리면 마음이 열린다)’ ‘새 시대의 물곬(물이 흘러 빠져나가는 작은 도랑)로, 국민의 숨통을 터 드리겠습니다’ 등의 슬로건이 제시됐다.

한 누리꾼은 ‘명명명 시리즈’라면서 ‘우리에겐 아픈 경제를 치유해 줄 명의가, 약한 나라를 강하게 해 줄 명장이, 튼튼한 미래를 바라볼 줄 아는 명안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명박이 있습니다. 이명박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 초까지 슬로건 및 로고송을 공모한 뒤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품들을 대선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낡은 가치와 싸우겠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21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가치’로 승부하자”며 ‘가치론’을 들고 나왔다.

정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치 논쟁은 낡은 이념 논쟁과는 다르다”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논쟁을 갖고 심판받겠다”며 △이 후보와 자신의 ‘끝장 토론’ △시민 배심원 1000명이 참여하는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전문가 토론회 등을 제안했다.

정 후보는 화이트보드에 직접 글을 써 가면서 △행복한 가족 △넓고 많은 기회 △차별 없는 성장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포용하는 통합 △남북 평화 등을 자신이 추구하는 ‘5대 가치’로 규정했다.

자신은 ‘새로운 가치’를 내걸고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는 반면 이 후보는 ‘낡은 가치’를 고집하며 소수의 ‘가진 자’를 위한다는 인식을 심겠다는 전략이다. 선거 구도를 ‘가진 자 대 못 가진 자’로 몰아가 분명한 쟁점을 만들어 내면서도 ‘공허한 이념 논쟁을 벌인다’는 비판은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가 “집권하면 금융 산업 분리를 완화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정 후보는 이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재벌들이 은행을 갖겠다는 것 아니냐. 재벌들이 얼마나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느냐”며 대립각을 세웠다.

최재천 대변인은 “가치가 곧 정책이다. 하부 정책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면서 “이미 ‘금산 분리’와 ‘2007 남북 정상선언’ 준수 문제로 정책 차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후보가 주장한 ‘5대 가치’에 대해서는 “지난 5년 동안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온 가치와 다른 점이 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참여정부도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넓은 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하기는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거품성장이나 경기 후퇴 등 초기 환경에 압도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후보는 “당과 선거대책위원회가 따로 갈 이유도, 여유도 없다”며 ‘일원성 선대위’ 구상을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5대양 6대주’… ‘3중론 중통령’…

鄭, 숫자이용 조어능력 과시

21일 ‘5대 가치’를 역설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의 구호는 숫자와 연관된 것이 많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에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소득, 교육, 일자리, 기업, 남북 문제 등 5개 분야 양극화와 이를 풀기 위한 6대 주력과제를 강조하며 ‘5대양 6대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7월 대선 출마 선언 때는 중용의 정치, 중산층의 시대, 중소기업 강국론 등 ‘3중론’을 내세우며 ‘중통령’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한동안 자영업자, 농민, 도시 빈곤층, 중소기업 근로자를 가리켜 ‘4대 신소외계층’으로 표현했다.

정 후보의 이 같은 조어(造語) 능력에 대해 사회 현안 아래 깔린 추상적인 문제를 쉽게 정리해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와 ‘듣기만 좋을 뿐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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