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多 구도’ 출발… 범여권 후보 지지율 생존게임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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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결과 발표1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양길승 국민경선관리위원장이 각 경선주자의 여론조사 득표율과 환산득표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최종결과 발표
1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양길승 국민경선관리위원장이 각 경선주자의 여론조사 득표율과 환산득표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15일 대통합민주신당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대선 후보로 확정함에 따라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선 후보가 사실상 모두 확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대선 구도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다. 범여권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일방적 우세로 흐르고 있는 현재의 다자(多者) 구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선의 막이 오른 17대 대선 정국을 조망해 본다.》

■원내5당 대선후보 확정…막 오른 본선

이명박 압도적 우세… 범여 대항마 찾기 안개속

네거티브 공방 - 세대결 가능성 곳곳에 도사려

盧-DJ 영향력 약화… 지역-보혁구도 변화 조짐

▽가변적인 ‘1 대 다(多)’ 구도=대선은 일단 지지율 50% 이상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 후보를 한 축으로 하고 정동영 후보를 비롯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후보들, 그리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로 대별되는 다자 구도로 출발했다.

정 후보가 이날 범여권 최대 정파의 후보로 등극한 데 이어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도 이인제 의원이 16일 공식 후보로 확정된다. ‘장외 주자’로 꼽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11월 초 ‘창조한국당’의 창당을 앞두고 있다.

정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부터 후보 단일화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데다 민주당 이 후보도 후보 단일화를 ‘운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단일화 없이는 한나라당 이 후보의 압승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이 이른바 범여권 후보들의 일치된 계산이다. 문 전 사장은 ‘서두를 것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5% 안팎에 머물고 있는 지지도와 김영춘 의원 정도를 빼고는 아직 합류한 의원이 없는 혈혈단신 처지에서 일단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따라서 범여권이 단일화의 유효 시한으로 잡고 있는 후보 등록(11월 25, 26일) 직전, 즉 11월 중순까지는 이들 주자 가운데 누가 주저앉고 누가 후보로 생존할지가 불투명하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범여권 각 정파가 후보 단일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미지수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중진은 “결국 단일화 여부나 단일 후보는 앞으로 1개월여 동안 범여 주자들 사이에 누가 한나라당 이 후보에 필적할 만한 지지도 상승 가능성을 보여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치 지형 변화 조짐=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 결과는 향후 대선에서 범여권의 ‘양대 주주’인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할 것임을 보여준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성원했던 후보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였다는 게 범여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 후보를 후보로 만든 힘이 과거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전통적 지지층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 후보는 범여권의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보수 쪽에 가깝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보혁 구도가 흔들리고 이념대결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구도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가 특정 지역에서 몰표를 받던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는 상당히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내년 총선 때의 ‘역할’을 위해서라도 대선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발휘하려 나설 것이란 관측이 있다. 노 대통령은 애초부터 범여권의 대선 후보 선출 방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얘기했다. 김 전 대통령도 이날 “범여권 후보는 국민 여론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단일화를 다시 강조했다.

▽남남 갈등, 온라인-오프라인 동원전 치열할 듯=대선을 계기로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정책 대결을 통해 해소의 길을 찾기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하는 극단적인 동원전과 세 대결로 이어질 위험성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체결한 ‘10·4남북정상 공동선언’이 벌써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이념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권세력이 대선에서 햇볕정책 지지세력과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호남지역의 지지층 결집까지 염두에 두고 정상회담과 NLL을 무대 위에 올렸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11월로 예정된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총리회담에서 국론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안보 이슈들이 대두될 경우 이 같은 대립 구조는 더욱 확대 재생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선거 모토로 ‘10년 기득권 세력의 무능 부패 청산’을 내건 데 대해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과 김 전 대통령까지 가세한 범여권은 ‘수구 냉전 세력의 재집권 저지’를 내세우며 ‘역이념 논쟁’을 제기하고 나섰다.

건전한 정책 대결보다는 증오와 감성을 자극하는 대중 동원을 노린 구호와 주장들이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해 비등하는 데서 나아가 거리집회로 이어질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세계 속에서 다음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공론(公論)이 실종된 채 진행되는 급조된 대선판에서 다시 세 대결과 목소리 대결에 의존하는 낡은 선거 행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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