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찬모]남북 과학기술 협력이 공동번영 초석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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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으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하다. 이번 회담이 순수한 의도에서 이뤄졌든 아니면 정치적 목적에서 성사되었든 간에 남북 정상이 7년 만에 두 번째로 만났다는 점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본다. 비록 약속했던 김 위원장의 답방 형식이 되지는 못했지만 노 대통령이 육로를 통해 서울에서 평양까지 갔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남북 교류 협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번의 국가적인 행사에서도 남북 공동 번영에 필수적인 과학기술계가 중추적 역할을 못한 점이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수행원 가운데 과학기술계 인사는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한 사람뿐이었다. 더욱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학술단체와 과학기술인을 대표할 만한 분이 비과학기술계 인사에게 밀려났다는 소문을 들을 때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1994년 7월 25일로 예정되었던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만남을 앞두고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남북 모두에 유익하고 현실성 있는 안건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北 과학기술 인력 양성 시급

불행하게도 김 주석의 사망으로 무산되었지만 만일 그때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더라면 남북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협력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2000년의 첫 번째 정상회담 때 과기부 장관이 수행원에 포함되지도 못했던 사실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에 과학부총리가 동행하게 된 것만도 다행이라 스스로 위로를 삼지만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 아쉬움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임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책을 최우선 의제로 삼는다고 했다. 이의 성취를 위해서는 남북이 경제적으로 공동 번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여기에 과학기술 교류 협력의 중요성이 있다.

즉, 남북이 함께 번영하려면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말과 같이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생산적 지원체제로 변환해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이 첨단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적 회생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은 우수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 현재까지 배출한 인력은 수학 등 기초과학과 이론에 강하지만 연구 결과의 산업화나 마케팅에는 약하다. 앞으로의 연구개발은 단순한 연구개발(R&D)이 아니고 연구 결과를 비즈니스화하는 연구 및 비즈니스 개발(R&BD)이라야 한다. 다행히 북한도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평양과학기술대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과기대의 설립 목적은 민족의 화해와 통일 및 경제 번영을 위해서다. 선진적 교육 시설과 창의적 교수 방법으로, 국제적인 교수진을 초청해 실용성 창의성 국제성의 교육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다. 또 창의 협력 봉사의 실천 강령을 가르침으로써 통일 시대와 동북아 시대에 선도적 일꾼으로 일할 수 있는 국제적인 인재를 양성하여 북한의 경제 부흥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즉, 이론과 함께 실제적인 경험을 쌓기 위해 지식산업복합단지를 두어 대학원생이 습득한 지식을 상업화할 수 있도록 입주 기업체에서 일을 하게 하는 목표를 세웠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김 과학부총리의 예상 역할이 ‘평양과기대 건립 등 과학기술 협력’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단순히 예상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내년 4월로 예정된 평양과기대의 개교가 순조롭게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평양과기대 개교 차질 없어야

평양과기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노 대통령 일행이 지나간 평양∼개성 고속도로 변에 위치해 있고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에서 매우 가깝다. 장차 평양과기대 교수들이 서울에서 평양과기대까지 육로로 왕래할 가능성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정상회담이 정례화되고 아울러 남북 과학기술 교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이에 평양과기대가 큰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찬모 전 포스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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