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남북정상회담]수시로 바뀌는 ‘北 일정표’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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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연장하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갑작스럽게 제안한 것 말고도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미리 합의한 일정을 갑자기 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3일 오전과 오후에 열린 두 차례의 정상회담도 예정된 시간에 시작하지 않았다.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1차 정상회담은 26분 앞당겨진 9시 34분에 시작됐다. 반면 2시 반부터 열릴 계획이었던 오후 정상회담은 이보다 15분 늦은 2시 45분에야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일 중 소화하기로 했던 3대혁명 전시관, 중공업관 방문 일정도 3일로 미뤄졌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나무를 심는 공동 식수 행사도 3일에서 4일로 연기된 상태다.

이날 저녁 노 대통령 일행이 관람한 아리랑 공연도 비가 오락가락한 탓이 있긴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30여 분 늦게 시작했다.

남북은 노 대통령을 위한 첫날 공식 환영행사를 ‘조국통일 3대 헌장기념탑’에서 열기로 사전에 합의했지만 2일 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던 중 인민문화궁전으로 바뀔 것 같다고 했다가 결국 4·25문화회관 앞에서 열었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 일정을 이렇게 수시로 바꾸는 것은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는 견해가 많다. 예정된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철저하게 막으려 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신변 안전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잦은 일정 변경은 정상회담의 성격을 고려하면 외교상 상당한 결례라는 지적이 많다. 정상회담 때 정상들의 일정은 분 단위까지 쪼개 합의하는 것이 상례다. 합의된 일정을 변경하려면 상대방 정상이 놀라거나 불쾌해하지 않도록 미리 알려 주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일정과 동선에 따라 경호 계획은 물론 다른 일정도 맞물려 바꿔야 하는 것처럼 김 위원장의 회담 상대인 노 대통령에 대한 경호 계획이나 일정 변경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변 안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민감함을 감안하더라도 정상 간의 회담에서 적절한 시간을 두고 일정을 조정하지 않고 ‘통보’에 가까운 방법으로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무례함이나 무시로 여겨질 수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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