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 경선 첫 토론회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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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 후보 9명이 2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를 시작하기 전에 손을 맞잡고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유시민, 김두관, 천정배, 한명숙, 신기남, 정동영, 추미애, 이해찬 후보. 신원건 기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 후보 9명이 2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를 시작하기 전에 손을 맞잡고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유시민, 김두관, 천정배, 한명숙, 신기남, 정동영, 추미애, 이해찬 후보. 신원건 기자
9명 상호 검증은 겉핥기… 너도나도 ‘이명박 때리기’

《대통합민주신당은 2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대선 경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검증절차 없이 실시되는 민주신당 경선의 첫 토론회였던 이날 무대에서 한나라당 경선 때와 같은 후보자 간 치열한 검증공방은 없었다. 토론회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정체성 문제와 참여정부 공과 및 열린우리당 실패 책임론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 토론시간 2시간 30분 가운데 후보자 9명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각각 10여분에 불과해 밀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는 못했다는 중평이다.》

▽손 전 지사 ‘정체성’ 협공=이날 토론회에서 다른 예비주자들은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전력을 집중 비판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짝퉁 한나라당 후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대선에 승리하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의아스럽다. 같이 앉아 토론하는 데 자괴감이 든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민주세력이 얼마나 잘못했기에 한나라당에서 3등밖에 못한 후보를 꿔다가 토론하느냐”고 공격했다.


촬영: 신원건 기자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손 전 지사는 경제성장, 경제대통령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차별성이 크지 않다. 이렇게 차별성 없는 정책으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손 전 지사에게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의 출산율을 묻고 손 전 지사가 대답을 못하자 “그때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해 이렇게 출산율이 확 내려갔다”고 공격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에 있을 당시 “대북 쌀 지원이 감상적 차원에서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비판했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비판에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론을 제시하며 “국민은 일자리 살리기를 원한다. 세상이 바뀌는데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현 정부 공과 논란=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공과를 평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친노(親盧·친 노무현 대통령)·비노(非盧) 후보들 간에 확연한 의견 차가 드러났다. 책임론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도 오갔다.

신 전 의장은 정 전 의장에 대해 “민주당 분당과 정풍 운동에 대해 사과했는데 이는 오늘의 정동영을 있게 해 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을 부정하고 지역주의에 기댄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당의장을 두 번이나 지냈으면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아무 해명 없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무책임하다”며 정 전 의장을 공격했다.

이에 정 전 의장은 “대통합이 안 되면 출마를 안 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신 후보는 통합을 위해 뭘 했느냐”고 맞받았다.

천 전 장관은 “반성하지 않는 친노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며 “당-정-청 협력이 안 되고 대통령과 극소수 측근 독선이 두드러진 데 대해 우리가 사과하고 반성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전 장관은 이해찬 전 총리에게 “참여정부가 민생을 멍들게 하고 민주 개혁세력을 어렵게 만든 데 대해 참회해야 한다”면서 “2005년 총리 시절 호남 고속철 조기완공에 반대한 데 대해 호남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진 이유는 투표율이 낮아 개혁세력이 표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현 정부 실패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만 소통과 민생에 있어서는 과(過)가 있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의원은 2003년 민주당 분당 문제를 거론했다. 추 전 의원은 “민주당 분당이 지금도 옳았다고 생각하느냐”고 이 전 총리에게 따진 뒤 “나는 민주당을 끌어안고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틈틈이 ‘이명박 때리기’도=토론에서 예비후보들은 경쟁적으로 한나라당 이 후보에 대한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은 이 후보가 남북 정상회담 연기를 주장한 것에 대해 “시대착오적, 친미(親美)종속적, 반(反)민족적”이라며 공격했고 천 전 장관도 “민족의 이익을 도외시한 수구냉전적 사고”라고 맞장구를 쳤다.

한 전 총리는 이 후보의 한반도대운하 공약에 대해 “환경 대재앙 계획으로 폐기돼야 한다”며 “식수원에 유조선을 띄운다는 것은 19세기식 발상”이라고 공박했다. 이 전 총리는 “황당한 정책이다. 이런 후보에게 한반도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거들었다. 신 전 의장도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서민과 중산층 삶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시작 전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신 전 의장 등 친노 후보들이 일부 후보의 선거인단 동원 접수 의혹을 제기하며 토론회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한편 당초 31일 열릴 예정이었던 TV 토론회는 방송사들이 생방송에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취소됐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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