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은 27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대선 경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검증절차 없이 실시되는 민주신당 경선의 첫 토론회였던 이날 무대에서 한나라당 경선 때와 같은 후보자 간 치열한 검증공방은 없었다. 토론회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정체성 문제와 참여정부 공과 및 열린우리당 실패 책임론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 토론시간 2시간 30분 가운데 후보자 9명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각각 10여분에 불과해 밀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는 못했다는 중평이다.》
▽손 전 지사 ‘정체성’ 협공=이날 토론회에서 다른 예비주자들은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전력을 집중 비판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짝퉁 한나라당 후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대선에 승리하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의아스럽다. 같이 앉아 토론하는 데 자괴감이 든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민주세력이 얼마나 잘못했기에 한나라당에서 3등밖에 못한 후보를 꿔다가 토론하느냐”고 공격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손 전 지사는 경제성장, 경제대통령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차별성이 크지 않다. 이렇게 차별성 없는 정책으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손 전 지사에게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의 출산율을 묻고 손 전 지사가 대답을 못하자 “그때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해 이렇게 출산율이 확 내려갔다”고 공격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에 있을 당시 “대북 쌀 지원이 감상적 차원에서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비판했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비판에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론을 제시하며 “국민은 일자리 살리기를 원한다. 세상이 바뀌는데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현 정부 공과 논란=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공과를 평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친노(親盧·친 노무현 대통령)·비노(非盧) 후보들 간에 확연한 의견 차가 드러났다. 책임론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도 오갔다.
신 전 의장은 정 전 의장에 대해 “민주당 분당과 정풍 운동에 대해 사과했는데 이는 오늘의 정동영을 있게 해 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을 부정하고 지역주의에 기댄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당의장을 두 번이나 지냈으면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아무 해명 없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무책임하다”며 정 전 의장을 공격했다.
이에 정 전 의장은 “대통합이 안 되면 출마를 안 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신 후보는 통합을 위해 뭘 했느냐”고 맞받았다.
천 전 장관은 “반성하지 않는 친노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며 “당-정-청 협력이 안 되고 대통령과 극소수 측근 독선이 두드러진 데 대해 우리가 사과하고 반성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전 장관은 이해찬 전 총리에게 “참여정부가 민생을 멍들게 하고 민주 개혁세력을 어렵게 만든 데 대해 참회해야 한다”면서 “2005년 총리 시절 호남 고속철 조기완공에 반대한 데 대해 호남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진 이유는 투표율이 낮아 개혁세력이 표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현 정부 실패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만 소통과 민생에 있어서는 과(過)가 있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의원은 2003년 민주당 분당 문제를 거론했다. 추 전 의원은 “민주당 분당이 지금도 옳았다고 생각하느냐”고 이 전 총리에게 따진 뒤 “나는 민주당을 끌어안고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틈틈이 ‘이명박 때리기’도=토론에서 예비후보들은 경쟁적으로 한나라당 이 후보에 대한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은 이 후보가 남북 정상회담 연기를 주장한 것에 대해 “시대착오적, 친미(親美)종속적, 반(反)민족적”이라며 공격했고 천 전 장관도 “민족의 이익을 도외시한 수구냉전적 사고”라고 맞장구를 쳤다.
한 전 총리는 이 후보의 한반도대운하 공약에 대해 “환경 대재앙 계획으로 폐기돼야 한다”며 “식수원에 유조선을 띄운다는 것은 19세기식 발상”이라고 공박했다. 이 전 총리는 “황당한 정책이다. 이런 후보에게 한반도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거들었다. 신 전 의장도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서민과 중산층 삶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시작 전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신 전 의장 등 친노 후보들이 일부 후보의 선거인단 동원 접수 의혹을 제기하며 토론회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한편 당초 31일 열릴 예정이었던 TV 토론회는 방송사들이 생방송에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취소됐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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