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폭염 녹인 ‘마지막 승부’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마지막 합동연설회에는 당원 등 1만4000여 명이 참석해 후보들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신원건 기자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마지막 합동연설회에는 당원 등 1만4000여 명이 참석해 후보들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신원건 기자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마지막 합동연설회는 30도를 훌쩍 넘긴 한여름 폭염보다 더 뜨거웠다. 1만4000여 석의 좌석은 모두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청중은 계단을 비집고 들어섰다.

특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은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2시간 반 넘게 말 몸짓 표정 구호 등으로 충돌했다.

▽날씨보다 뜨거운 빅2 응원전=빅2 후보 지지자들은 연설회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연설회장 입구에서 박 전 대표 측 일부 지지자들이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선거법 위반 내용을 다룬 기사를 복사한 유인물을 배포하려하자 이 전 시장 측 지지자들이 항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양 측은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지만 당 관계자가 유인물을 압수하면서 소란은 일단락됐다.

연설회가 시작되자 빅2 지지자들의 함성은 폭염을 뚫었다. 상대 후보가 연설할 때에는 야유와 삿대질도 등장했다. 박 전 대표가 “도곡동 땅이 누구 땅입니까”라며 이 전 시장을 공격하자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명박’을 외쳤고, 이에 이 전 시장 측 지지자들은 일제히 ‘우∼’하며 야유를 퍼부었다.

또 연설을 마친 뒤 박 전 대표 측이 파란 손수건과 ‘확정, 박근혜’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며 응원전을 펼치자 이 전 시장 측은 “손수건 내려라”를 외쳤고 당 경선관리위 직원들도 양 측을 제지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후에도 ‘거짓말쟁이’ ‘투기꾼’ ‘최태민’ 등의 야유와 함성이 쏟아졌다.


촬영: 이종승 기자

▽지지자들과 뒤섞인 빅2=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연설을 마친 뒤 30분 넘게 지지자들과 함께했다. 이 전 시장은 ‘대통령, 이명박’이라는 구호에 맞춰 수천 명의 지지자들에게 오른팔을 허공에 치켜들며 감사를 표했다.

박 전 대표는 ‘젊은 그대’ 등의 노래에 맞춰 역시 수천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를 다짐했다.

이에 앞서 경선 후보들과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체육관 내 귀빈실에서 만나 경선을 사실상 마친 소회 등을 밝혔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이런 폭염 속에서 하는 경선도 유례가 없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좋은 날 다 놔두고…”라며 가볍게 응대했다. 이 전 시장은 “날씨가 되게 덥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늦게 열린 마지막 TV 합동토론회에 대해서는 홍준표 의원이 “TV토론을 해서 잠을 잘 못잤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리듬이 깨져서…자야 할 시간에 하니까”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 전 시장은 “나는 (참모들이) 맥주 한잔 하자고 해서 끝나고 한 시간 반 동안 잡혀 있었다”고 하자 홍 의원은 “형님은 나이에 비해 체력이 좋잖아”라고 거들었다.

원희룡 의원은 강 대표가 “원, 홍 의원은 지난달 검증 청문회에서 빼 줬다. 아무런 흠이 없어서”라고 하자 “별로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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