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박근혜 씨 정치적 책임져야"

  • 입력 2007년 7월 16일 14시 56분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16일이 전 시장 일가의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에 박근혜 전 대표측 인사가 연루된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표 캠프와 범여권이 연계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섣부른 대응으로 자충수를 두지 않겠다"며 신중기조를 유지했으나 박 전 대표 측의 연루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범여권과의 연계의혹까지 거론하며 총공세로 전환한 것.

캠프는 특히 애초 주민등록초본을 부정 발급받은 경찰간부 출신 권오한(64) 씨와 권 씨로부터 주민초본을 건네받은 홍 모 씨가 박 전 대표 캠프의 외곽조직인 '마포팀' 소속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마포팀을 '박 전 대표 캠프의 국정원 조직'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와 함께 권씨가 뗀 주민초본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이 전 시장의 과거 위장전입 폭로 때 활용한 주민초본이 같은 날 발급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박 전 대표 캠프와 범여권 연계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이 같은 강공 배경에는 검증공방으로 인한 수세 국면을 탈출하는 동시에 박 전 대표 측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짐으로써 경선 우위를 일찌감치 굳혀놓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 본인은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서울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1세기 ROTC포럼'초청 강연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글세, 믿기지 않는다.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놀라운 일이다. 지켜보자.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고만 덧붙였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박 전 대표 캠프와 범여권의 연계 의혹을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면서 "일단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언론보도를 보면 권 씨와 홍 씨는 결국 한 팀(마포팀) 이었다. 두 사람은 동일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 측이 연루 자체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핵심은 박 전 대표 측 자료가 범여권에 넘어갔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광근 공동대변인은 박 캠프와 범여권의 연계의혹에 대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헌정 사상 초유의 야합이자 '매당 사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수희 공동대변인은 "마포팀은 박 전 대표 캠프 내 정치공작의 총본산이다. 한마디로 캠프내 국정원, 안기부 같은 존재"라면서 "지난 번 경부운하 정부 재검토 보고서 유출에 연루된 서울대 방석현 교수도 마포팀 소속인 만큼 차제에 경부운하 보고서 유출 배후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캠프 실무진에선 강경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번에도 박 전 대표가 '몰랐다'는 식으로 변명한다면 이는 국민 우롱에 다름 아니다"면서 "캠프의 부도덕성이 밝혀진 이상 박 전 대표가 직접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박 전 대표를 직접 압박했다.

캠프는 국가정보원의 내부 태스크포스(TF)에서 이 전 시장과 친인척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것과 관련해선 당과 보조를 맞추면서 국정원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같은 길을 걷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원들에게 '한나라당 후보=이명박' 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레 심어주는 동시에 지도부를 적극 활용, 국정원도 압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

박형준 대변인은 "누가 국정원에 '정치 사찰'의 특권을 부여했느냐"면서 "부패 척결에 반대할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 하지만 그 일은 국세청, 경찰, 검찰의 일이지 국정원의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진수희 대변인은 "국정원의 거짓말 행진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며 이재오 최고위원의 정치적 책임까지 운운했지만 결국 이 최고위원의 주장이 사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법적 근거도 없이 불법 정치사찰을 해 놓고 마치 적법한 활동인 것처럼 말한 것도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불법도청팀 미림팀의 존재를 딱 잡아떼며 부인하던 때가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캠프 좌장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공직자도 아닌 야당 후보를 왜 조사하느냐. 아무것도 안 나왔으면 그걸로 끝내야지 왜 보고서를 여기 저기 줘서 흘러다니게 만드느냐"면서 "이런 게 바로 한나라당에 대한 음해 아니냐. 이게 바로 정치공작"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우리는 국정원과 청와대가 짜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방해하기 위해 권력 차원에서 총체적인 정치공작을 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 점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억울하다면 국정원을 조사하고 국정원장에 대해선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게 정국을 빨리 안정시키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