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포기 정치결단 안내려 부시 임기내 해결 거의 희박”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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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모어 美외교협 부회장

북한 핵 문제가 6자회담 2·13합의의 초기조치 이행 단계를 넘어 완전한 북핵 폐기로 나아갈 수 있을까. 북한이 바라는 북-미 관계 정상화는 과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임기 내에 실현될 수 있을까.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깊이 간여한 이래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핵과 비확산 문제를 다뤄 온 게리 세이모어(54·사진) 미 외교협회(CFR) 부회장은 이에 대해 “거의 희박하다(extremely unlikely)”고 진단했다.

연구보고서 작성을 위한 자료 수집차 방한한 그는 27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시설 폐쇄 및 봉인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북한이 핵 포기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북한의 결단은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의 보상이 충분한지(substantial) 여부와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에 협상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에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핵 불능화(disablement) 과정에서 넘어야 할 양대 장애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과 경수로 건설 문제를 꼽았다.

그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의 21, 22일 방북 성과 중 하나는 북한이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하고 향후 진지한 논의를 통해 풀어 가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이라며 “HEU에 대한 완전한 신고 여부는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북 경수로 제공 문제와 관련해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약속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논의한다’는 정도지만 북한은 경수로 제공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명을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북-미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로 ‘너무나 조심스러운’ 북한의 정책 결정 패턴을 꼽았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대미 협상을 분석해 보면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탓에 매우 조심스럽고 점진적(incremental)인 모습을 보여 왔다”며 “부시 대통령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반감도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는 것을 막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2·13합의에서 정한 ‘초기조치’ 이행에 선뜻 응할 수 있는 것은 영변 핵 시설의 폐쇄 조치를 단행하더라도 자신들이 보유한 핵 억지력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북한 내부에서는 2·13합의를 ‘북한 외교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2·13합의 이후 북-미 간 양자 접촉이 활발해지자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의 입지가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한중일 3국을 방문해 고위 관료 및 전문가들을 면담한 것 등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및 동아시아지역 안보협의체 구성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그는 2박 3일의 방한을 마치고 29일 귀국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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