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외면 살길찾아 뿔뿔이…3년여 만에 의석수 반 토막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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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추위도 반 토막?열린우리당이 2·14전당대회에서 지도부에 부여한 비상권한 소멸 시한인 14일 오전 국회에서 통합추진위원회를 열었으나 잇단 탈당 등으로 참석자가 적어 빈 자리가 많다. 김동주  기자
통추위도 반 토막?
열린우리당이 2·14전당대회에서 지도부에 부여한 비상권한 소멸 시한인 14일 오전 국회에서 통합추진위원회를 열었으나 잇단 탈당 등으로 참석자가 적어 빈 자리가 많다. 김동주 기자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14일 통합신당 추진과 관련해 “제가 내놓을 수 있는 성과는 미완성의 작품이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신당 추진 연석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는 정 의장의 표정은 침통했다. 통합 추진 시한이 한 달여 연장됐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는 불투명한 데 반해 의원들의 탈당은 계속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반토막’ 되는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세력, 전문가그룹 등에서 진행되는 대통합신당 창당 흐름을 지지하고 대통합신당 창당에 참여할 것을 결의했다. 또 다음 달에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대통합신당 참여 등을 결의하기로 했다. 임시전당대회의 개최 시기 및 의제 결정은 최고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연석회의 결과를 놓고 보면 당 지도부는 시민사회세력인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이 만들 신당에 열린우리당이 통째로 합류하는 ‘신설 합당’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후 단계적으로 열린우리당 탈당파 및 민주당과 소위 대통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도로 열린우리당’이 된다는 지적이 많아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참여정부 실패의 책임을 당에 남아서 짊어져야 할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까지 함께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비노(非盧) 진영의 대체적인 뜻이다.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이날 “신당은 기존 정당에 계신 분들이 탈당해 만드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 의장은 지도부 재신임 문제에 대해 “이 시점에서 당무를 놓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 지도부 체제는 한 달 더 유지되게 됐지만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반토막 신세가 된다. 15일 정대철 고문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경기·인천 지역 의원 등 15명이 탈당하면 의석수는 2004년 4월 총선에서 얻은 152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4석이 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100년 정당’을 자임하며 출범한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반토막 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결과적으로 2004년 총선의 민의를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천(千), “김근태 중심으로 통합하자”=뒤숭숭한 열린우리당 안과는 달리 당 밖에서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근태 의원의 ‘비(非)한나라당’ 세력 통합 조정 작업이 활발하다.

김 의원은 이날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의원 등 비한나라당 진영의 대선주자를 잇달아 만났다. 정 전 의장과는 만찬 회동을 하기로 했지만 정 전 의장이 숙부상을 당해 취소됐다. 김 의원은 15일 정세균 의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잇달아 만난다.

김 의원은 손 전 지사와 조찬을 함께하며 “과거회귀적, 냉전적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고 평화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고 우상호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참여해 국민경선 논의를 진행하면서 통합신당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손 전 지사는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가 13일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처음 밝힌 데 이어 이날 이런 합의를 한 것 자체가 본격적으로 비한나라당 세력의 대통합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천 의원과의 오찬에서 대통합 결사체와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천 의원은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합은 김근태를 중심으로 해야 할 것이다. 김 전 의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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