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민주 합당 연기… '소통합' 위기

  • 입력 2007년 6월 13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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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의 '소(小)통합'에 이상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합당 예고일(15일)을 이틀 앞두고 양당이 돌연 합당연기를 선언하고 나온 것.

양당은 합당의 마지막 법적 절차인 수임기구간 합동회의 일정을 20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양당이 표면적으로 내건 이유는 "더 많은 중도개혁세력의 의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신당 양형일 대변인)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통합관련 비상대권 시한이 종료되는 14일 이후 대규모 집단탈당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상황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합당 일정을 다소 늦췄다는 것.

신당 관계자는 "통합이란 골간 자체는 그대로이고 단지 중도개혁세력의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협상을 연기한 것"이라고 말하고 "협상 자체는 일부 기술상 쟁점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전날 신당 김한길 대표와의 회동에서 합당 일정의 연기를 적극 제안했고 김 대표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당의 내부기류를 살펴보면 사정은 달라 보인다. 양당의 협상 자체가 중대한 교착국면에 봉착했다는 게 내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의 말은 단순히 협상기술상의 힘겨루기 차원을 넘어 통합 논의의 방향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다.

겉으로 돌출된 협상 걸림돌은 민주당의 대선 빚 문제. 이는 양당의 합당 방식에 기인하고 있다. '당 대 당'의 신설합당이어서 민주당의 자산과 부채가 모두 승계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대선 빚 43억원이 고스란히 통합민주당의 부채로 넘어가도록 돼있다.

채권자들이 빚을 변제 받기 위해 통합민주당을 상대로 채권 가압류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신당이 분기마다 약 12억 원씩 지급받는 국고보조금이 가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신당측의 주장이다.

신당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은 범여권 오픈프라이머리를 위해 소중히 아껴둬야 할 돈"이라며 "적어도 대선 때까지는 채권자들이 빚 변제 요구나 가압류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이 각서라도 받아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무리한 요구"라며 펄쩍 뛰고 있다. 대선 빚 42억 원은 열린우리당이 갚아야 할 돈이어서 민주당이 책임지거나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갚아야 할 대선 빚에 대해 민주당이 다 갚고 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 민주당의 부채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먼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민주당의 단물만 빨아먹어서는 안 되며 이를 핑계 삼는 것은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통합정당의 '지분'를 둘러싼 갈등도 협상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앙당 사무처와 시·도당 개편문제 등을 놓고 신당은 '신당 50 대 민주당 50'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민주당 50 대 신당+나머지 통합대상 50'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신당은 현재 민주당 사무처 직원들의 숫자가 과다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의 최대 불안요인은 통합 논의의 방향 선회 가능성이다. 현시점에서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소통합에서 대통합으로 방향을 바꾸려는 기류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민주당과 신당만의 소통합은 명분과 실익이 약하다는 상황 인식이 민주당내에서 높아지고 있는 데다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대통합 탈당파가 '본진(민주당 박상천 대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의 기류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 대표와 대통합 탈당파인 김부겸, 정장선 의원은 전날 회동해 대통합 추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예상외로 '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다음 주초로 예상되는 열린우리당의 집단탈당을 계기로 대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민주당과 신당의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 등 민주당내 대통합파 인사 8명은 이날 소통합의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민주당과 신당의 합당 작업 보류 △열린우리당 탈당세력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창당 구상 중단 △조건없는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을 위한 연석회의'즉각 개최를 주장했다.

성명에 참여한 인사는 김 원내대표와 김영진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박준영 전라남도지사, 신중식 의원, 이낙연 민주당 부대표, 장성원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정균환 민주당 전 부대표로 이들은 전날 전주에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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