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만났다 하면 쌀쌀 하기만…

  • 입력 2007년 6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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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 문제부터 해결하라”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1일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앞에서 납북자 송환을 요구하며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돼 들려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납북자 문제부터 해결하라”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1일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앞에서 납북자 송환을 요구하며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돼 들려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대북(對北) 쌀 차관 제공에 대한 남북 간 견해차만 확인한 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1일 끝났다. 남북은 이날 3박 4일의 회담을 마무리하며 공동보도문을 내놓았지만 구체적 합의사항을 담지는 못했다. 차기 장관급회담 일정도 잡지 못해 사실상 회담이 결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북은 정식 의제도 아닌 40만 t의 쌀 차관 제공 문제로 지루한 줄다리기만 벌이다 3박 4일의 일정을 허비했다. 이에 따라 남북 장관급회담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 장관급회담 차기일정도 못잡아… 무용론 확산

▽의제도 아닌 쌀 때문에 한 발짝도 못 나간 회담=남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의 기조연설에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통해 한반도에서 한 단계 높은 평화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지만 실제 회담에선 이 문제를 전혀 논의하지 못했다.

또 시급한 현안인 개성공단 통신 통행 통관 문제의 개선 방안과 5월 17일 시험운행을 실시했던 경의선 동해선 열차의 단계적 개통에 대한 협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이 “회담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던 쌀 차관 제공 유보에 북측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회담 기간 내내 “쌀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여러 상황 탓에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득했지만 북측의 반응은 냉담했다.

▽남북대화의 한계?=북측은 핵문제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의 안보 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문제이지 남북 간 의제가 아니라는 기본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남북대화에서 다룰 수 있는 의제의 한계 역시 명확히 드러났다.

2000년 7월 이후 21차례 열린 장관급회담은 남측의 쌀 비료 지원의 대가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면회소 건설 등에 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부산에서 열린 19차 장관급회담이 남측의 쌀 비료 지원 거부로 결렬된 것은 북측이 쌀 비료의 조달 외엔 다른 것을 논의할 태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줬다.

정부는 당시 장관급회담을 통해 북측에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설득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북측은 지난해 10월 남측의 설득을 무시하고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북측이 원하는 것을 군말 없이 제공했을 뿐 핵문제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누란지위에 빠질 때에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남북 장관급회담의 현주소”라고 평가했다.

▽대안은?=남북 장관급회담이 유용한 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장관급회담이 지향하는 목표에 관해 남북 간에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장관급회담으로 자리를 잡은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군사실무회담 등 실무급 회담을 활용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의제를 우선적으로 다루는 현실적인 협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장관급회담을 남측의 쌀 비료 지원 창구와 등식화하고 있는 북측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회담 의제를 섣불리 확대하기보다는 실무선에서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해 장관급회담을 정례화하는 데 치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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