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이대론 안된다” 한나라 매서운 민심에 혼쭐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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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선이 사실상 ‘한나라당의 참패’라는 성적표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선거였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당이 사라지고 열린우리당이 경기 화성 1곳을 빼고는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 양상은 과거의 재·보선과 크게 달랐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피로한 유권자들의 ‘반(反)노무현, 반정부’ 정서의 표적이 될 여당 후보가 사라지는 바람에 제1당이 되고도 재·보선 선거기간 중 연이은 비리 의혹을 드러내는 등 오만해진 한나라당을 겨냥한 듯하다.

[화보]4·25 재보선 참패…침통한 한나라당

○ 크게 달라진 선거 양상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곳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또는 군소 정당 후보에게 패배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전 서을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나왔다면 한나라당이 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각종 재·보선에서 형성된 ‘반열린우리당’ 정서를 쏟아 낼 ‘주적(主敵)’이 없어져 그동안 반사이득을 본 한나라당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후보가 없는 서울 양천, 경기 동두천 가평 양평, 경북 봉화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모두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에 거품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는 올해 대선 및 범여권 통합 전략의 방향타가 될 것이다”며 “선거에서 나타난 ‘탈(脫)열린우리당, 비(非)한나라당’ 현상은 결국 현재의 범여권 통합 작업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 내홍 휘말릴 듯…대선에 독 될까, 약 될까.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1석을 늘렸지만 각종 금품 수수 시비와 공천 잡음으로 재·보선 사상 전례 없는 패배로 이어짐에 따라 심각한 후유증과 내홍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대선을 불과 8개월도 안 남긴 상황에서 대선의 요충지인 대전은 물론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참패해 당의 전면 쇄신과 정풍 운동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공천에서 물의를 일으킨 지역의 출마자들과 해당 지역구 의원들, 시도당위원장, 공천심사위원회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 문제를 놓고 당이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으로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게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당 지지도 50%와 두 명의 유력 대선주자만 믿고 “아무 후보나 추천해도 된다”는 불패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 재·보선 참패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차떼기 정당’ 파동 이후 보여 줬던 비상한 조치들에 맞먹는 개혁이 없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번 참패가 대선에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보]4·25 재보선 참패…침통한 한나라당

○ 빅2 주도 대선구도 변화 오나

이번 재·보선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주도해 온 대선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빅2’가 심혈을 기울여 공략했던 대전에서 의외의 큰 표 차로 한나라당 후보가 패배한 것이 두 주자에게 큰 짐이 됐다.

이날 당내에서는 “빅2가 대전과 수도권의 접전 지역에서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매우 시사적”이라며 “한나라당이 독주해 온 대선구도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예상외로 큰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전 시장의 경우 40%가 넘는 여론조사 지지율, 특히 수도권에서의 압도적인 지지도가 재·보선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테러를 당해 입원한 뒤 “대전은요” 한마디로 대전시장 선거를 뒤집었을 만큼 ‘충청권 위력’을 자랑했던 박 전 대표는 이번에도 대전에 ‘다걸기’를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과 충청권은 결코 현재의 당 지지도만 갖고 승부할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깨닫고 새롭게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범여권은 어디로…열린우리당 분열로

한나라당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분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월 ‘정세균호’ 출범 이후 의원들의 잇단 탈당 바람에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대통합 추진과 4·25 재·보선이라는 두 축에 대한 기대 때문. 그러나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경기 화성 1곳에서만 후보를 냈고, 그나마 패배했다. 이 때문에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더는 함께 공멸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통합신당모임-국민중심당의 통합 움직임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열린우리당을 배제한 중도세력 통합’만이 살 길이라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통합신당모임의 통합 작업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양측 모두 궁극적으로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는 상태.

특히 이번 대전 서을 보궐선거에서 국민중심당이 약진함으로써 국민중심당과의 통합에 더욱 열의를 띨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중당은 범여권 또는 한나라당과의 통합이라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

[화보]4·25 재보선 참패…침통한 한나라당

[화보]4·25 재보선 참패…침통한 한나라당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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