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부처들 달갑지않은 러브콜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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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양해각서 우리와 체결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 측이 3년째 지연된 한국과의 고용허가제 양해각서(MOU) 체결을 강력히 요구해 이 문제가 양국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일 주중 한국대사관과 관련 기관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정부는 10일 방한하는 원 총리의 방한 기간에 맞춰 고용허가제 양해각서를 교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허가제 양해각서 체결은 양국 정부가 모두 희망하고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양해각서의 체결 주체를 어느 부서로 할 것인지를 정리하지 못한 채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해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중국 상무부와 노동과사회보장부(노동보장부)는 해외에서 근무하는 노무인력의 송출과 관리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를 놓고 2004년부터 치열한 ‘밥그릇’ 다툼을 벌여 왔다. 이는 연간 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근무 인력의 모집과 송출 과정에서 막대한 이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04년 말 개정된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양해각서는 반드시 노무인력 송출국가의 노동행정을 관장하는 정부기관의 장과 체결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당초 중국의 노동행정을 관장하는 노동보장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가 2004년 9월 산업연수생제도 실시 당시 상무부가 담당 부서였던 점을 들어 외교 경로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해각서 체결이 미뤄져 왔다.

한국은 중국 측에 한국 법률상 노동행정 관장기관의 장과 체결할 수밖에 없음을 통지했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와 노동보장부는 서로 협의가 안 되자 각기 최고책임자급 인사를 한국에 파견해 자신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자고 로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부서는 자신들과 체결하지 않을 경우 무역과 노동 등 담당 안건에서 한국 측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은근히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두 부서가 다투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이 특정 부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 다른 쪽에서의 ‘보복성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며 “‘옆집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중국이 먼저 교통 정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에 따라 올해 15개국 10만960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방침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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