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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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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이면 고희(古稀)를 맞는 김정일(65) 국방위원장은 현대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3대 부자 세습을 통해 ‘김씨 왕조’의 기틀을 단단히 다질 수 있을까.
누구도 확언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의 최대 현안인 후계구도와 핵문제 해결을 둘러싼 상황 전개는 필연적으로 ‘판도라의 상자’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북한은 5년 내에 체제 생존의 갈림길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시화되는 김정일의 후계자=북한의 저작물들은 최근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의 10대 시절 영웅담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해 ‘대를 이어’ 혁명을 계승하자는 표현도 종종 등장한다.
후계자 선정을 위한 조건이 무르익은 것일까. 5년 뒤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얻고 내정된 후계자가 업적을 쌓는다면 후계자 지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권력기반이 공고할 때 후계자를 지명해야 본인의 사후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의 검증 여부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어렵사리 김 위원장의 아들 중 한 명이 후계자로 지명받더라도 김 위원장 사후에 군부와 관료집단 등 파워 엘리트들이 충성을 다할지는 의문”이라며 “개인적인 역량의 발휘와 신망의 확보, 그리고 혁명 선배들에 대한 ‘예의’도 후계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단지도체제의 등장?=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중 후계자 추대의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장남인 정남(36)은 중국 마카오 일본 등을 떠돌며 기행을 일삼고 있고, 차남 정철(26)은 ‘여성호르몬 과다분비’ 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3남인 정운(24)은 나이가 어리고 노동당에서 뚜렷한 보직도 없다.
북한이 3대 세습이 아닌 집단지도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집단지도체제는 권력투쟁을 불식하고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중국이 이런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도 그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최완규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3대 세습으로 가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갈 수 있는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며 “과거 자신이 ‘아버지 수령’ 김일성 주석을 승계할 때처럼 당연한 수순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후계구도 가시화는 체제 붕괴의 서막?=조심스러운 분석이지만 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3대 세습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핵 포기라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북한이 연락사무소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대사급 수교를 원할 만큼 대미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것은 이런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아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얼마 전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략적 관심’이 있는지 물은 것은 미국이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북한을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라는 말로 들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채 이를 실전 배치하지 않겠다는 서면협정을 미국과 맺고 북-미 수교로 나아가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군부를 달랠 수 있는 카드여서 최선의 대안으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과 미국이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과 일본 중국 역시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하기 어렵다.
하태원 기자 teaw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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