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주심’ 주선회 헌재재판관 퇴임 "헌재 견제세력 존재"

  • 입력 2007년 3월 22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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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주선회 헌법재판관이 퇴임식을 마친 후 손을 들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22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주선회 헌법재판관이 퇴임식을 마친 후 손을 들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주선회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2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주 전 재판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는 결코 특정정권이나 특정 정파의 것일 수 없으며 그들과 궤를 같이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주 전 재판관은 또 "헌재에 의해 통제를 받는 국가기관과 통제기관인 헌재의 숙명적인 대치 상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헌재는 이제 겨우 꽃봉우리에 불과한데도 이미 우리 주변에는 헌법재판소를 견제하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위헌 결정을 내린 뒤 정치권에서 헌재의 판단을 폄하하거나, 헌재의 위상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어 "헌재는 위헌 결정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 국가기관의 자발적인 존중에 그 결정의 실효성을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역사가 일천한 헌재라는 꽃봉우리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여러 험난한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퇴임식에 앞서 그는 잠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말 홀가분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때 가장 힘들었고 그 때 스트레스로 수술까지 받았다"며 "소장 대행을 할 때도 힘들었는데 전효숙 전 재판관 개인도 상처를 입었지만 헌재 위상도 많이 깎였다"고 토로했다.

주 전 재판관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전효숙 헌재 소장후보자의 지명 철회 파동으로 소장 공백기에 3개월 여 동안 소장 대행직을 수행했다.

주 전 재판관은 '국가기관과 헌재의 대치 상황'에 대해 "모든 나라가 그렇듯 상호 견제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사립학교법, 종합부동산세 헌법소원 사건 등에서도 항상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과 헌재의 통합 논의에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선 "역사적 배경을 보면 대법원이 헌법위원회를 안 하겠다고 해서 헌재가 생긴 것 아닌가"라며 "우리는 대륙법 체계인데 그 얘기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5월까지 휴식을 취한 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개인 연락사무실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재 재판관에 임명된 주 전 재판관이 퇴임함에 따라, 이제 헌재 재판관은 모두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는 오랜 '악연'을 갖고 있다. 1987년 부산지검 공안부장으로 있을 당시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 대통령을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 씨의 장례식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한 적이 있다. 당시 두 사람은 공안검사와 재야변호사로서 시국상황을 놓고 종종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17년여 만인 2004년 주 전 재판관은 탄핵 사건 주심으로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잇게 됐고, 같은 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심판 사건에서는 위헌 의견을 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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