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외교 “2·13 합의는 북핵해결 초기 시방서”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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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총동창회 월례 조찬 강연회에서 북한 핵문제 등에 관해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송 장관은 특히 현 단계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며 베이징 2·13합의의 취약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6자회담이 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병행되지는 않지만 서로 연관되어 물리면서 나가게 된다”면서 핵문제를 넘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 장관의 발언 요지.》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9·19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 폐기를 약속했다. 2·13합의는 취약한 과정(fragile process)이다.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이고, 2·13합의서는 1차 시방서이다. 북한은 좀 예측하기 어렵다. 골치 아프고 알 수 없는 집단이다. 그런 것이 있어 2·13합의를 ‘취약한 과정’이라고 말한 것이다.

▽핵 불능화(disablement)=폐쇄는 핵 프로그램의 문을 닫고 셔터를 내리는 것이고, 불능화는 프로그램을 못 쓰게 하는 것이다. 불능화는 비확산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곧바로 폐기(dismantle)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능화와 폐기를) 구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폐차하려면 그냥 우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기름과 엔진오일, 타이어의 위험 물질을 빼낸 뒤 하는 것 아니냐. 폐기의 전단계로서 불능화가 필요하다.

불능화는 사실상 해당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계적 작업을 하고 수리를 해야 한다. 불능화의 목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시설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법=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북한이 새로운 영역에 들어갔다고 누구도 생각 안 한다. 핵 보유국이라고 인정도 안 한다. 프랙티셔너(실무당국자)로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간단한 견해를 갖고 있다.

북핵 문제는 경제적 차원에서는 전력 개발, 군사적 차원에서는 안보 강화, 정치적 차원에서의 (일인) 지배체제 강화 등 세 가지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문제 자체는 물론 주변 국가와의 관계 정상화, 대북 지원의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핵만 제거하겠다는) 외과수술적 접근은 안 되고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북 투자=북핵 문제가 해결될 경우 한반도 안보위협 제거, 동북아 핵 확산 방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확보 등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과실이 많다. 투자할 곳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다.

▽6·25전쟁의 종전 선언=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만드는 것은 내일 당장 문서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종이 위에서가 아니라 상당 부분 들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주한미군은 여러 기능이 있다. 전쟁 재발 억지와 동북아 안정자 기능을 한다.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앞으로 북핵 폐기 과정이 상당히 진전될 때까지는 남북관계가 북핵 폐기 과정을 뒷받침할 것이다. 정상회담은 6자회담의 성과를 강화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효과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되면 정상회담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점은 그 시점이 아니다. 정상회담을 목표로 디자인하고 설계해 나갈 실익도 계획도 없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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