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走者들 ‘경선 룰’ 핑계로 판 깰 건가

  • 입력 2007년 3월 13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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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원희룡 의원 측은 어제 경선규칙을 정하기 위한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 회의에 불참했다. 손 씨 측의 정문헌 의원은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경선시기를 9월 이후로 늦추고 선거인단 수(당헌상 5만 명)를 대폭 늘리자는 주장이 수용될 것 같지 않자 ‘벼랑 끝 전술’을 쓰는 모양새다.

‘게임의 규칙’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논의마저 거부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손, 원 두 사람이 탈당(脫黨) 등 다른 선택을 위해 정지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주자들도 자기중심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해 여름까지는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로 9월에 경선하자고 주장하다가 지지율 선두가 굳어지자 ‘6월 실시-선거인단 30만 명 이상’으로 태도를 바꿨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현 당헌대로 ‘6월 실시-선거인단 5만 명’을 지키든지 9월 이후로 시기를 늦추자며 버티고 있다.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이 이처럼 경선 룰에 목을 걸다시피 하는 것은 ‘당내 주자 지지율 합계 75%’가 만들어낸 착시(錯視)의 결과다. 여권 후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의 높은 지지율은 상당한 거품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에 취해 있는 것이다. 당 경선에서의 승리가 본선 승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실제로 높다고 하더라도, 그럴수록 페어플레이와 승복(承服)의 미학을 국민 앞에 보여야 승자도 패자도 미래가 있지 않겠는가.

그제 열린우리당 여성당원대회에서 장영달 원내대표는 “우리가 힘을 합치면 한나라당쯤 못 이기겠느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내부적 사기 진작과 한나라당에 대한 심리전 차원의 발언이겠지만 경선 룰조차 못 정하는 한나라당으로선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말이다.

애당초 각 주자의 대리인과 당내 인사들로 구성된 경준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문제였다면 지금이라도 외부 인사의 참여 폭을 늘리든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사는 경선 룰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이미 당의 수권 능력과 주자들의 자질을 저울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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