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끝나기 전 대화제의… 뭐가 그리 급했나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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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타결이 김정일 생일선물? 북한이 6자회담 타결 이튿날인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5회 생일(16일)을 경축하는 여러 행사를 동시에 개최했다. ‘제11차 김정일화 축전’이 이날 평양에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 김정일화는 김 위원장을 상징하는 불멸의 꽃이라고 북한은 선전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6자회담 타결이 김정일 생일선물?
북한이 6자회담 타결 이튿날인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5회 생일(16일)을 경축하는 여러 행사를 동시에 개최했다. ‘제11차 김정일화 축전’이 이날 평양에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 김정일화는 김 위원장을 상징하는 불멸의 꽃이라고 북한은 선전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정부가 6자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북한에 남북장관급회담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한 사실이 밝혀져 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북에 대화 재개를 요청한 12일은 북한에 제공할 에너지 등 보상 문제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6자회담의 타결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조차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던 상황에서 북한에 그런 제안을 한 것은 6자회담을 계기로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할 방침을 정부가 이미 세우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무기 문제가 6자회담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서두르는 것일까.

▽당국 간 대화 중단에 몸 단 정부=남북 대화는 지난해 7월 19차 장관급회담 이후 7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14일 “6자회담에서 설사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남북 관계의 교착상태를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올려놓아야 한다. 다음 정부, 그 다음 정부까지 (평화번영정책이) 유지되려면 많은 것을 합의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측과 논의할 의제로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 △인도적 문제 해결을 꼽았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해 볼 때 15일 개성에서 열리는 남북 접촉에서 20차 장관급회담의 재개에 합의할 경우 정부가 그동안 미뤄온 쌀(50만 t)과 비료(30만 t) 지원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의 재개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단됐던 북한 수해에 대한 긴급지원도 재개되고, 북한에서 창궐하고 있는 성홍열 등 전염병 치료백신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길 닦기?=일각에서는 이번 6자회담 합의문에 명시된 ‘북한에 대한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이란 문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인 대북 경제 지원에 나설 방침을 정하고 이를 합의문에 포함시켰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북한에 대해 ‘조건 없는 과감한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하겠다고 일찌감치 천명했다. 정부는 2005년에 북한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200만 kW의 전력을 단독으로 직접 송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에 비해 이번 6자회담에서 챙긴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한국으로부터 이 같은 지원을 받는 데 대한 이면합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를 통해 대북 지원에 나서는 것을 노 대통령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연관지어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6자회담 재개와 남북 대화 복원 등 일련의 과정이 모두 정상회담의 연내 추진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14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선거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분리해 남북정상회담을 올해 가동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부의 의도는 15일 남북 접촉 등을 통해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아직 그대로인데도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남북 대화를 재개한다면 또다시 ‘북풍’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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