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총장 아프리카 순방 동행취재]<1>콩고민주공화국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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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외벽 선명한 포탄 자국콩고민주공화국은 6년간의 내전을 거치며 황폐화됐다. 킨샤사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 건물에는 포탄 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다. 킨샤사=공종식 특파원
아파트 외벽 선명한 포탄 자국
콩고민주공화국은 6년간의 내전을 거치며 황폐화됐다. 킨샤사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 건물에는 포탄 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다. 킨샤사=공종식 특파원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시내 아동병원 병동에서 만난 어린이. 킨샤사=공종식 특파원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시내 아동병원 병동에서 만난 어린이. 킨샤사=공종식 특파원
‘아프리카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아프리카 순방 동행 취재단이 최종 확정됐을 때 유엔 공보과는 기자들에게 의무과에서 예방접종을 하라고 연락했다.

이번 방문국인 에티오피아, 케냐, 콩고민주공화국에 가기 전 필요한 예방접종은 황열병, A형 간염, 장티푸스, 파상풍을 포함해 모두 6개. 말라리아 약도 출발하기 하루 전부터 30일 동안 매일 한 알씩 복용토록 했다.

○ 아프리카의 심장을 가다

아직 자이르라는 옛 이름으로 익숙한 콩고민주공화국은 아프리카의 정중앙에 위치한 국가. 아프리카 밀림의 절반이 이 나라에 있을 정도로 밀림 면적이 넓고 국토 면적은 서유럽과 비슷한 234만 km²의 광대한 땅이다.

반 총장 일행과 취재진을 태운 유엔 평화유지군(PKO) 소속 항공기가 26일 오전 11시 프랑스 오를리 공항을 출발했다.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서 중간 급유를 받았다.

해가 진 저녁 시간. 날씨는 맑고 비행기가 낮게 날았지만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검은 대륙은 밤이 되면 더욱 암흑으로 변했다.

27일 오전 1시가 조금 넘어서야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 공항에 도착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아직 치안이 불안해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호텔까지 어디서든 PKO 소속 군인들이 밀착 경호를 했다.

○ 삼엄한 경호 속에 킨샤사 시내 시찰

콩고민주공화국 주둔 PKO는 치안이 불안한 상황을 감안해 반 총장 동행 취재 기자단 22명 중 희망자만 시내 순찰에 동행하도록 했다. 모두 10명만 지원했다.

기자들에게는 방탄복과 방탄모를 착용하도록 했다. 무거운 방탄복이 가슴을 압박했다. 무장 경호를 받긴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킨샤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총격사건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기자들을 나눠 태운 2대의 트럭은 PKO의 상징인 파란색 방탄모에 완전무장을 한 군인들의 경계 속에 시내 순찰에 나섰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지난해 11월 조제프 카빌라(35)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치안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PKO는 매일 시내를 정기적으로 순찰 중이다.

유엔 차량 행렬을 바라보는 킨샤사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아이들과 일부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반기는 모습도 보였지만 유엔 차량을 향해 고함을 지르면서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델레 토케이.”(토착 언어인 링갈라어로 ‘흰둥이야 나가라’는 뜻.) 시내 순찰 중에 가장 많이 듣던 말이었다. 동양인인 기자에게는 “신누아”(중국 놈)라고 외치기도 했다.

특히 청년들이 PKO에 반감을 나타냈다. 동행 취재에 나섰던 미국 폭스 뉴스 취재진은 카메라로 촬영하려다가 일부 시민이 던진 돌에 맞을 뻔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아지자 당초 취재진과 시민들의 접촉 기회를 몇 차례 제공하려던 PKO 측은 접촉 횟수를 한 차례로 줄여야 했다.

노점 좌판에는 구운 송충이 등 ‘몬도가네’에서 본 듯한 기묘한 것들이 음식으로 팔리고 있었다. 가슴이 아팠다. 수도인 킨샤사는 오히려 나은 편이며 킨샤사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펼쳐진다고 현지 유엔 관계자들은 전했다.

○ 1인당 GDP 100달러 아프리카 최빈국

콩고민주공화국은 오랜 내전으로 4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한 나라의 내전이지만 ‘아프리카 제1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60년 벨기에에서 독립한 콩고민주공화국은 영토가 한반도의 11배에 이르는 자원 부국이다. 구리, 다이아몬드, 코발트 매장량이 많아 1960년까지는 한국보다도 국민소득이 높았다. 그러나 이후 군부 쿠데타와 독재, 그리고 6년간의 내전을 거치며 황폐화됐다. 2005년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를 간신히 넘어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으로 분류된다.

다행히 유엔의 도움으로 지난해 처음 민주선거를 거치는 등 치안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오랜 내전으로 사회간접시설이 붕괴돼 산업 자체가 없다. 이처럼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PKO 측에 적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엔이 없으면 치안과 의료서비스도 불가능하고, 먹고사는 길도 막막한 게 현실이다. 킨샤사 시내 아동병원을 찾았을 때에도 수백 명의 어린 환자들이 유엔이 제공한 식량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의료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받는 어린이들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라고 한다.

반 총장은 PKO의 감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은 이른 것 같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아프리카의 막대한 자원 부국으로 가능성은 크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 나라. 그곳이 콩고민주공화국이었다.

○ 반 총장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 택해

반 총장은 27일부터 31일까지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며 취임 후 첫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첫 방문국인 콩고민주공화국에는 52개국에서 파견된 1만7600여 명이라는 최대 규모의 유엔 PKO가 파견돼 치안 유지 등 임무 수행 중이다.

지난해 46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카빌라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치안 및 투개표 관리에 PKO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 총장은 27일 콩고민주공화국 의회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 콩고민주공화국 사례를 전 세계에 알려 아직도 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국가들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29일에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 참석해 수단 다르푸르 사태 중재에 나선다.

킨샤사(콩고민주공화국)=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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