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화사용 금지령…자금난 갈수록 악화

北서 1990년대 통용된 ‘바꾼 돈’
북한이 1990년대 말까지 써 오던 바꾼 돈 50원권. 바꾼 돈 환율은 보통 달러당 2원 정도. 도안은 일반 화폐와 동일하나 뒷면 오른쪽 하단에 ‘50’이라고 쓴 빨간 마크가 하나 더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이 22일부터 북한 내부에서 외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24일 “북한 당국이 22일 모든 외국 화폐에 대한 사용금지령을 예고 없이 발표한 뒤 당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의 모든 상점에서는 달러, 유로, 위안, 엔 등 외국 화폐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제재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이 개인 수중에 잠겨 있는 막대한 외화를 국가가 장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새 조치 발표 직후 북한 시장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조치 직전 달러당 북한돈 3285원에 거래되던 환율이 24일 2800원으로 급락했다. 1위안에 420원에 거래되던 중국 위안화 역시 369원으로 급락했다.

지금까지 평양을 비롯한 대다수 도시의 상점에서는 상품 가격을 달러로 적어 놓고 판매해 왔고, 시장에서도 외화가 공공연하게 거래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점에서 물건을 사려면 외화를 당국이 지정한 거래소에 가서 일종의 상품권인 ‘바꾼 돈’ 표로 교환해야 한다.

북한은 1998년경까지 ‘바꾼 돈’ 제도를 운영해 오다가 폐지했다. ‘바꾼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매겨져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북한 주민은 이번 조치가 얼마나 오래 갈지 의문을 표시하며 일시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외화에 대한 신뢰는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새 조치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미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는 달러로 지불된 임금을 물물교환권으로 바꾸어 주고 있다.

다만 금강산 관광객이나 다른 북한 방문자는 외화를 ‘바꾼 돈’으로 교환해 지불해야 하는 불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 관광객 대상 상품은 이미 한국 기준으로 가격을 정해 놓고 있어 큰 가격 상승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