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조금씩 양보하며 탐색할 듯

  • 입력 2007년 1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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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2차 북한 핵 위기 이후 꿈쩍도 않던 북한과 미국이 '조금씩 양보'라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22일 "북미 양국이 상호 양보를 통해 '작은 것'에 합의하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상호불신이 깊은 만큼 큰 타협은 어렵고, 작은 합의 도출을 통해 상대의 속마음을 파악해 간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북미 간 협의를 마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긍정적 반응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그는 21일 러시아 공항에서 "미국과 합의했다. 그래서 우린 좋다"고 말했다.

▽조금씩 양보=한국 정부는 그동안 "6자회담 협상에서 주고받을 메뉴 가운데 새로운 건 없다. 늘 나오던 재료를 요리할 뿐"이라고 말해 왔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을 '작은 선물' 보따리는 공지의 사실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요구는 마카오 은행(방코 델타 아시아)에 묶인 돈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사망한 백남순 외상은 "제재의 모자를 쓰고 협상장에 나올 수 없다"고 말해왔다. 유엔 제재가 문제가 아니라 2005년 9월 시작된 2400만 달러 동결해제가 핵심 요구라는 뜻이다.

미국은 이를 철저히 무시해 왔다. 한국 정부가 2005년 말 궁리해 낸 "일부 합법자금은 풀어주자"는 제안도 "돈에 꼬리표가 어디 있느냐"며 외면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돈 오버도퍼 교수는 "지난해 10월 재무부를 방문했더니 최고위당국자가 '구분방법을 열심히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미국 내 강경그룹은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지켜온 원칙 훼손"이라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최종 합의라고 보기엔 이르다.

북한이 미국에 줄 선물꾸러미는 평북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의 가동 중단이다. 12월 열렸던 6자회담에서 미국이 '조기수확(early harvest)'이라고 내세운 선결 요구 중 하나다. 다른 소식통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가동중단을 확인하는 방법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술변화? 생각변화?= 미국과 북한의 속마음이 주요 변수다. 2005년 6자회담에서 가까스로 성사시킨 9·19 합의는 단 하루 만에 빛이 바랬다. '미국이 북한에게 줄 경수로 문제 논의 시점'을 둘러싼 해석차 때문이었다. 합의문에 서명한 바로 다음날 북한과 한미일은 제각각 다른 소리를 했다.

워싱턴의 고위소식통은 "미국 국내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9·19 합의도 허리케인 카트리나 구호실패로 궁지에 몰린 부시 행정부가 성과물이 절실하던 때 이뤄졌다.

올 초 송민순 외교부장관의 워싱턴 방문 때 수행했던 관리들은 '눈에 띄게 변한 미국의 유연함'을 자주 거론했다. 그러나 "유연해 진 것이 단순한 협상태도냐, 불법을 저지른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미국의 대북협상 원칙이냐"는 질문에는 분명한 답이 제시된 바 없다. 그만큼 미국이 '북한의 고집스런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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