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필요성 옹호 재경부 문건 논란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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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4년 연임 개헌 추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건을 만든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경제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개헌의 경제적 당위성을 공식 문건으로 만든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린 것이란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는 노 대통령이 9일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한 다음 날 ‘선거가 미치는 사회 경제적 비용’이라는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고 22일 시인했다.

A4용지 12쪽 분량의 이 문건은 선거의 직간접적 비용과 선거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담고 있다.

재경부는 이 문건을 통해 “잦은 선거는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의 진폭(振幅)을 확대시켜 사회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대선, 총선, 지방선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경제적 비용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지지했다.

재경부는 또 “과거 대선을 보면 법정선거비용은 총 600억 원 수준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선거용 자금, 비자금 등을 합하면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며 “선거에 투입된 자금과 시간을 다른 부문에 투입하면 부가가치 창출액은 최소 1000억 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문건은 대선 등이 있는 해에는 △통화량 급증 △금리 하락 △조업일수 감소 △분기별 취업자 수 감소 △설비투자 둔화 등의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문건은 또 선거를 앞두고 역대 정권이 편 ‘선심성 정책’ 때문에 각종 개혁과제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정부가 1996년 4월 총선 직전 노인 및 장애인 복지종합대책을 발표한 것, 김대중 정부가 200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재정 통합방안을 2003년 6월로 유예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재경부의 이 같은 문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정치일정에 경제정책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성린(경제학) 한양대 교수는 “대선을 앞둔 개헌 논쟁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청와대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은 ‘코드 행정’의 전형”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재경부는 경제 주무부처로서 정책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경부는 이날 자료를 내 “(10일 작성한 자료는) 내부 참고용일 뿐 재경부 공식 견해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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