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2000여만 동포에게 잔인한 인권위원들

  • 입력 2006년 12월 12일 2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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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연구팀까지 만들어 3년 9개월 동안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고도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북한 지역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실효적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군색한 변명이다.

인권위법 적용 범위가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 돼 있고, 국제법과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르더라도 북한을 타국(他國)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인권위는 주장한다. 그러나 의지만 있다면 영토에 관한 헌법규정을 근거로 북한 실상을 직간접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권위는 관할권이 전혀 없는 이라크와 동티모르 인권도 문제 삼을 정도로 오지랖 넓게 활동해 왔다. 심지어 초등학생의 일기 검사, 성전환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까지 견해를 밝힐 정도였다. 그런 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눈도 입도 없다.

김정일 독재체제 하의 북이 ‘반(反)인권 지옥’임은 탈북자들의 증언과 숱한 국제기구의 조사를 통해 확인된 지 오래다. 대한변호사협회도 10월 탈북자들을 직접 탐문해 작성한 ‘2006 북한인권 백서’를 통해 참상을 고발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가 민간단체만도 못한 셈이다.

인권위는 정치나 이념을 떠나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보호, 신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에 예속돼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2000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인권위를 위해 국민은 해마다 200억 원의 세금을 낸다. 이처럼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엔 눈감으면서 ‘민족을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북한 정권에는 막대한 세금을 퍼 주니 주민은 차버리고 정권만 감싸는 희한한 민족포용이다.

그렇게 해서 남북관계가 나아지기라도 했는가. 오히려 북은 핵실험까지 함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 남의 경제적 기반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인권위가 대체 북에 무슨 약점을 잡혔기에 이토록 저자세로 일관하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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