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호]6자회담 때 포용정책은 잊어라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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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다음 달 13일경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재개될 전망인데 미국이 6·25전쟁 종전(終戰)선언 등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면 6·25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첨예하게 대립했던 북-미가 협상을 고려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돌파구를 열 만한 구체적인 제안이 아직 없고, 열쇠를 쥔 북한의 반응이 없어서 6자회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 사회에서 북핵 문제를 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로 나누어졌다. 북한을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정의파’, 김정일 체제의 붕괴 없이 핵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붕괴론자’, 전쟁을 방지하려면 햇볕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포용론자’,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고 김정일 체제의 붕괴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핵무장론자’ 등으로 분열됐다.

北에 ‘핵무기 불용’ 분명한 전달을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의 많은 분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다른 정책 수단을 사용하는 경우 희생이 우려되고 확실성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의 궁극적인 목표인 핵 폐기를 달성하려면 실질적인 압력과 함께 유인책을 마련해 북한 정권과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인책이 북한 정권의 버릇을 잘못 길들이고, 북한 정권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고, 핵 폐기 가능성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이 있지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면 이런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한다. 협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후에 다른 수단을 강구해도 늦지 않다.

6자회담의 재개를 앞두고 한국은 최후의 결전에 임하는 자세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협상이 성공하려면 대내적으로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6자회담에 나가는 한국 협상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협상 대표가 국민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지 못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관련국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은 잠시 묻어 두자. 정의파, 붕괴론자, 핵무장론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지만 모두가 한반도의 전쟁 방지와 비핵화라는 두 가지 국가적 과제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의파와 붕괴론자들은 북한이 나쁜 체제라고 하더라도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일시적으로 중단 내지 유보해서 북측에 ‘핵무기 불용’이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기존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실사구시적 해법을 마련해 국내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을 여러 차례 천명했으나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이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동북아 안보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에 매달리는 경우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문제가 풀리지 않은 원인을 다방면에 걸쳐 검토한 후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본 방향은 실사구시적 해법이다. 자주나 민족 공조에 집착하는 경우 새로운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

민족공조 집착하다간 소외당해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국제 공조와 국익의 조화를 지적하고 싶다. 양자를 조화시키는 기본 원칙은 국내 정치 경제적인 고려나 남북 관계 발전이라는 부차적인 정책 목표 대신 전쟁 방지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6자회담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중의 고통을 받을 것이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한국정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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