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宋외교’ 노골적 거부감…“한국 외교人事 중차대한 이슈”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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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중차대한(serious and high-profile) 이슈로 한국 정부의 최고위급에서 최대한의 관심(full attention)을 기울일 것으로 본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6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로 공백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인사 공백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 최고위급이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한 기대’를 피력한 데 대해서는 워싱턴 정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인사 공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최고위급(노무현 대통령)이 후임 인선에 신경 써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북정책과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응축된 불만이 이례적인 코멘트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북한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홍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인지 겉으로는 “한미 간 공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비공식 자리에선 분위기가 다르다.

미 정부 관계자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후 발언을 보라. 중국 일본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그들의 협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한국, 러시아에 대해선 톤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앞두고 중국이 가장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작 의견차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한국이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선 특히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송 실장이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이라고 발언한 게 발단이 됐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이 19일 서울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도중 송 실장의 발언에 대해 반 장관에게 직접 설명을 요구했다. 반 장관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주미 한국대사관에 설명을 요구하는 등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가 모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송 실장은 27일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대북정책과 인사에 대한 미국의 불만 표출과 관련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 등의 새로운 정책을 취해 나가는 것”이라며 “그러나 외교안보 라인을 개편하면서 기존 라인 사람들의 자리만 바꿔 앉혀서는 새로운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누가 외교 통일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되더라도 대북 포용정책과 ‘자주 외교’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한미공조가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는 “노 대통령이 자주외교와 포용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요청에 따라 부분적인 수정만 하는 이상 제대로 된 한미공조는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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