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 사의…386의 흔들기? 인사 숨통 틔우기?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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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26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북한 핵실험 직후인 9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은 채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김 원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26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북한 핵실험 직후인 9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은 채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김 원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사의를 표명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에게 27일 본보 기자가 전화를 걸어 “386 운동권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사건 수사가 한창인데 왜 물러납니까”라고 묻자 “공식발표대로만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이 외교안보 진용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김 원장의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물러나는 이유가) 건강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건강 때문은 아니다”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참 조심해야 한다”고만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은 386 운동권 인사들의 북한 공작원 접촉 수사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국정원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에 김 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진짜 이유가 뭘까.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며칠 동안 우리도 유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리보전을 위해 간첩 사건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하니까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북한 핵실험 후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안보 진용을 재편하려는 구상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김 원장이 정보기구 수장으로서 대북 정보 관리에 미흡했다는 점을 교체 이유로 꼽는 시각도 있다. 김 원장은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외유 중이었고, 9일 북한 핵실험 직후엔 국회 보고를 잘못해 야당으로부터 인책 공세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선 김 원장이 26일 오후 노 대통령을 면담해 사의를 표명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김 원장이 유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이 노 대통령을 만나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게 ‘타의’에 의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김 원장이 386 간첩단 사건이 터지자마자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압력’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야당과 정부 일각에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 내 핵심 386 세력들이 국정원의 이번 사건 수사에 반발해 사표를 유도했거나 김 원장이 그만둘 생각을 굳히고 여권의 민감한 부위를 건드릴 수 있는 간첩단 사건을 짚고 나가려 한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인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386 운동권과 관련된 간첩단 사건이 터지자마자 김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혹시라도 현 정권의 코드 인사를 관장하는 젊은 386들이 김 원장을 흔든 것이라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 청와대에서 국정원에 전화를 걸어 ‘거취 표명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말도 되지 않는 억측”이라며 “국정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그동안 진행해 온 사건의 수사가 안 되느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최근 들어 국정원장 자리에 대한 압박감을 적지 않게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여권 386의 압박과 함께 국정원 내부 갈등설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원장과 가까운 여당의 한 의원은 “약 한 달 전 김 원장이 건강 때문에 사의 표명했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걸어 ‘건강이 안 좋으시다면서요’라고 했더니 ‘누가 그래요? 건강 좋은데…. 그렇지만 내가 군 출신도 아니고, 정보맨도 아니고 (국정원장 자리가) 체질상 맞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내각-청와대 후속개편은

추병직 인책-이병완 교체설등 나돌아
靑대변인 “현재 논의된것 없다” 일축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외교안보라인이 전면 개편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내각과 청와대의 후속 개편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외교안보라인 개편 이외에 후속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기자들에게 추가 개편 가능성에 대해 “현재 논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즉흥적인’ 신도시 건설계획 발표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변수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인책 문제와 관련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인화성이 큰 악재를 마냥 방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찮다.

정부에선 당 출신 장관들의 복귀 여부도 관심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 복귀 가능성에 대해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정치인 출신 인사들은 내년 초 자연스럽게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청와대 내에선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의 거취가 관심사다. 일부에서 이 실장의 교체 가능성이 흘러나오자 윤 대변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편 서주석 대통령안보정책수석비서관은 이번 외교안보라인 개편과 맞물려 국방부 차관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안보라인 개편은 다음 달 초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부처나 청와대 비서진 개편으로 확대될 경우 개각 시기가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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