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 폭발사고 구호품 빼돌려 팔고있다”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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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기업이 2004년 4월 북한 용천 폭발사고 당시 한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무상 원조 물품을 주민들에게 고가에 팔아넘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의 대북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모포와 의약품을 비롯한 원조 물품 중 70∼80%가 용천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단둥에서 5년 이상 대북 원조 활동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북한 ‘5대 재벌’ 중 하나로 꼽히는 광명상사가 당시 제공된 물품을 신의주와 평양의 창고에 보관한 뒤 팔아 왔다”며 지난해 말부터는 피해지역과 무관한 평양 등지에서도 이 물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관계 당국도 이 같은 내용을 일찍이 파악했으나 방관만 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물품 부족이 심각해진 데다 구호물자가 중국 한국 등의 ‘외제(外製)’로 인기를 끌기 때문에 같은 품목의 북한 제품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고 덧붙였다.

구호 관계자들에 따르면 용천 폭발사고 이후 국제사회에서 물품 제공이 쇄도하자 북한 당국은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제시했지만 이 가운데는 폭발사고 피해와 관련 없는 품목이 많았다. 북한 당국이 미리부터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내다 팔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물품 전달 당시에도 북한 당국의 ‘빼돌리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구호단체들은 직접 피해 주민들에게 물품을 배분한 뒤 전달 광경을 촬영까지 했지만, 구호단체 관계자가 북한에서 돌아온 뒤 다시 광명상사가 물품을 수거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4월 22일 일어난 용천 폭발사고는 사망자 150명, 부상자 1300여 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로 당시 일대가 폐허로 변하면서 전 세계에서 긴급 구호품과 성금이 답지했다.

한국은 적십자사가 모금한 420억 원과 민간단체 모금분을 비롯해 700억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도로 복구 장비와 라면, 담요, 밀가루, 생수를 비롯한 일상용품 외에 책상과 칠판 등 학생들을 위한 품목도 전달됐다.

사고 직후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120만 달러, 45만 달러 상당의 긴급 구호를 약속했고 미국과 일본도 각각 10만 달러 상당의 의료세트를 지원했으며 아일랜드, 프랑스도 구호의 손길을 뻗쳤다.

한 대북 지원 단체 관계자는 단둥에서 중국제 생활필수품 등을 사들이는 북한 무역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유엔 경제 제재 여파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이 줄어들면 쌓아 두었던 구호 물품 값이 더욱 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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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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