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고려 PSI국 해역서 작전 펼듯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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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9일 동북 아프리카에서 동쪽으로 900여 km 떨어진 아라비아 해상.

스페인 해군의 프리깃함 2척이 북한 화물선 서산호에 접근해 정선(停船) 신호를 보냈다. 스페인 해군은 며칠 전 미국으로부터 ‘수상한 선박’에 대한 정보를 받고 이 선박의 항로를 예의 주시하던 터였다.

서산호 선장은 무전으로 “시멘트를 실은 배”라며 정선 요구를 거부한 뒤 도주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군함은 서산호 뱃머리 쪽으로 경고사격을 가했고, 저격수들이 서산호의 돛대와 갑판을 잇는 케이블을 끊었다. 헬기가 착륙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다.

특수부대원 10여 명이 헬기로 서산호 갑판에 투입돼 승무원 21명을 제압한 뒤 시멘트 포대 더미 밑에 있는 컨테이너 23개를 발견했다. 이어 인근에 있던 미군 순양함에서 폭발물처리반 요원들이 헬기로 건너와 컨테이너 안에서 스커드미사일 15기 등 무기를 찾아냈다.

미국과 스페인은 ‘성공적 작전’이라 자축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예멘 정부가 “북한과의 합법적 거래에 의한 것”이라고 항의하며 스커드미사일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미국은 서산호의 예멘행(行)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 같은 작전 경험을 토대로 PSI 개념을 발전시켜 정보 포착부터 정선, 승선, 검색 또는 나포에 이르기까지 WMD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폭넓은 국제적 협조체제를 만든 것. 하지만 공해(公海)는 모든 국가에 개방된다는 공해자유의 원칙을 비롯한 국제법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성공적인 작전에도 불구하고 서산호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WMD는 물론 공격용 무기의 북한 출입을 봉쇄키로 했고 필요할 경우 각국의 협조를 얻어 화물 검색을 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 결의가 통과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일 미국이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선박도 이 같은 PSI 작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그 선박이 과거에 무기를 수송했던 전력이 있다는 정도밖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은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의 항구를 출발한 지 얼마 안 되는 선박에 대해 곧바로 해상 차단 작전을 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심 가는 대목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인 작업과 관련 국가들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차단 작전을 편다면 PSI 작전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중국과 한국 인근 해역에서는 작전을 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대응도 우려되는 만큼 가급적 한반도 주변을 벗어나 PSI 참여국의 인근 해역에서 차단작전을 펼치는 게 부담이 적다. 한국과 중국은 PSI 참여국이 아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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