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호]‘북핵 폐기’ 총력외교 펴라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코멘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이후 한반도를 둘러싸고 주변 국가 사이의 외교적 노력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에서 탕자쉬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을 때 남한에서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됐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이 탕자쉬안 국무위원에게 추가 핵실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북핵 문제는 이제 외교무대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실패 땐 한반도에 심각한 위협

국제정치 현실은 ‘외교관’과 ‘장군’으로 상징된다고 프랑스의 석학 레몽 아롱은 설파했다. 외교관은 협상과 평화, 장군은 군사력과 전쟁을 상징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는 ‘외교 모드’에서 ‘전쟁 모드’로 언제든지 전환될 수 있는 위험한 국면이다. 북한 핵 폐기에 실패할 경우 한반도는 중동이나 발칸반도처럼 안보 불안이 만성화됨으로써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핵 물질 및 기술의 외부 이전을 차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북한은 미사일을 포함해 지금까지 수출 가능한 모든 무기체계를 해외에 팔았다. 북한 핵 물질의 외부 이전을 감시하고 차단하기 위해서는 70여 개국이 참여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세계의 방공망을 통해 비행기의 이동을 감시하는 방식과 달리 해상에서 핵 물질을 수송하는 선박을 찾아내는 일은 국가 사이의 신속한 정보 교환 및 협조 체제 구축 없이는 어렵다.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를 국내 정략적 차원이 아니라 국제 공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국에 대한 명백한 군사적 도발 행위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직전까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선의에 기대어 너무나 안이하게 북핵 문제를 다뤄 왔다. 북한의 핵 보유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기존 안보 구도에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핵 개발을 도울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북 사업과 현금 지원은 안보리 결의문의 정신을 존중해 재검토돼야 한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다른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실험 직전의 대북 경고와 같이 이번에도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나 다른 나라를 탓하는 자세는 책임 회피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무장 논리에 동조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마지막 기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유엔 대북 제재 결의문에는 북한의 핵 폐기 기한을 설정하자는 미국의 요구와 완전 해상봉쇄를 요구한 일본의 안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중국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한미 공조로 핵 억지력 확보해야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6자회담 틀 내에서 언제든지 북-미 양자회담이 가능하고 양국 간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북한이 또 다른 핵실험을 통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경우 6자회담은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외교 협상은 든든한 군사력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군사력은 전쟁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외교의 중요한 버팀목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긴밀한 한미 군사공조 체제 구축을 통해 대북 핵 억지력을 확보하고 유엔 결의문을 충실히 이행해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총력외교를 펼쳐야 할 때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