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선언’ 휴지조각으로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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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휴지조각이 됐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파기됐다는 데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 간에 이론이 없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이미 지난해 2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깨졌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단순한 보유 선언으로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한국과 북한은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공동선언은 △핵무기 제조 접수 사용 금지 △핵에너지 평화 목적 이용 △재처리 및 농축시설 미보유 △쌍방 합의 대상에 대한 사찰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핵무기 제조 금지와 재처리 및 농축시설 미보유 조항 등을 위반한 것이다.

정부는 비핵화 선언에 서명한 뒤 750여 개에 이르는 한미연합군의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 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핵개발을 진행하면서 비핵화 선언을 위협했다.

북한은 1993년과 1994년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1994년 10월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기본합의문 체결로 북핵 문제는 한고비를 넘기는 듯했다. 북한은 같은 해 11월 핵 활동 동결을 선언했고 1995년 3월에는 제네바기본합의문 이행과 북한 경수로 지원을 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설립됐다.

북핵 문제는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북한은 같은 해 12월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고 2003년 1월 또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은 물론 주변국이 포함된 6자회담이 진행됐지만 북한은 지난해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결국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파기됨에 따라 남한에서도 비핵화 선언이 무효가 됐음을 선언하고 핵무기를 개발 및 보유하지는 않지만 평화적 용도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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