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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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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2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군소 야 3당이 제시한 중재안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 개최로 적법성 시비 극복’ 부분을 수용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자진 사퇴 또는 지명 철회’ 입장을 고수하면서 법사위 개최를 거부했다.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고 여당과 야 3당이 처리하는 방법이 있지만 야 3당은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하고 있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에 따라 여당과 야 3당이 19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형태로 정국이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하는 16일 이후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윤영철 헌재 소장의 임기는 14일로 끝나 이때까지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헌재 소장 공백사태가 생긴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 3당의 중재안 가운데 여당 소관사항인 헌재 소장 인사청문회 법사위 회부 및 논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사과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의 사과를 대통령비서실장의 사과로 갈음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하다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야 3당의 중재안을 최대한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
11일 △대통령 사과 △국회의장 사과 △법사위 청문회 △국회의장 직권상정 반대 및 여야 합의처리 등 4가지 중재안을 제시했던 야 3당도 대통령의 사과를 전제로 정치적 타협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중재안을 받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기다리겠다”며 “14일 본회의 통과는 물리적으로 어렵겠지만 19일에는 통과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은 원천 무효, 자진 사퇴만 외치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여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12일 오후 당 지도부와 인사청문특위 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기존 당론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회의 후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임명권자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종전 방침에 변함이 없다”면서 “법사위 회부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여당과 야 3당의 협공으로 자칫 한나라당만 ‘외톨이’가 되거나 국회 파행, 헌재 소장 공백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중재안 수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위법’이 명백한데 원칙을 접고 중재안을 받아들이면 당이 두 번 죽는다는 원칙론자들의 목소리에 눌렸다.
그러나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전 후보자는 법 절차도 문제이고 자격 미달이어서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가 최선”이라면서도 “정치는 협상의 기술이고 이만하면 우리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윤영철 헌재소장 “全후보 6년 임기 의견수렴 몰랐다”
14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윤 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가회로 헌재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후보자의 임기 논란 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헌재가 청와대 측과 임기 문제를 사전 조율한 적이 없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소장은 전 후보자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대해 “헌재 소장이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은 데다 국회가 검토해 처리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위헌 결정을 내릴 때 근거가 됐던 ‘관습헌법’에 대해 그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국민 사이에 공통된 인식이자 확신인 만큼 헌법사항이 맞다”며 당시의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2004년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했을 때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선 “재판관 9 대 0 의견으로 기각됐다고 발표되면 탄핵을 주도했던 국회나 정당들은 얼마나 침통할 것이며 5 대 4 의견으로 기각됐다고 가정하면 탄핵이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 정치적 분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탄핵사건 때 낸 의견을 앞으로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윤 소장은 “지인들에게서도 같은 질문을 많이 받지만 이는 공개돼서는 안 되고 나도 영원히 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동흡 재판관 후보자 “헌재소장 임기 꼭 6년 돼야 하나”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흡 헌재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자질 검증보다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논란에 대한 입장을 이 후보자를 통해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대통령이 전 후보자를 (헌재 재판관에서) 사퇴시키고 (헌재 소장) 6년 임기를 보장하는 편법을 쓰는 데 대법원이 동조하는 게 옳으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추천을 받은 이 후보자는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헌재 소장의 임기가 꼭 6년이 돼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헌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과 관련해 “다른 선진국처럼 국회에서 헌재 재판관을 모두 뽑고 임명은 대통령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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