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와 여당, 밥값이 아까운 공허한 만남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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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이달만도 다섯 차례나 만났다. 국가경영을 책임진 당사자들이 자주 대화하는 것은 국정 현안 조율과 민심 확인의 장(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회동(會同) 내용을 들어 보면 공허하기 짝이 없다. 노 대통령은 5·31지방선거 참패 후 민심 이반의 가속화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여당에 힘을 보태 주기는커녕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일방적으로 쏟아 내거나 여당 사람들을 나무라기 위해 이들을 부르는 모양새다. 자신의 레임덕(권력누수)을 막기 위해 ‘여당 단속’에 집착하는 듯도 하다. 심지어 “나만큼 바닥 민심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국민을 우롱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전해 듣는 국민의 심정이 어떨까.

6일 노 대통령은 기업의 기(氣)를 살려 보려는 김근태 의장의 ‘뉴딜정책’에 대해 “왜 협의도 않고 정책을 추진하느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그제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규제완화론에 대해 반론 성격의 발언을 하다가 김 의장이 의견을 개진하려 하자 “그 정도로 하겠다”며 말을 끊었다고 한다. 대통령은 ‘경제 활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민생을 살릴’ 정책 대안을 ‘여당과 함께’ 찾아보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는 게 아닌가.

정부는 그제 여당 지도부 앞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이른바 ‘비전 2030’이라는 중장기 복지정책 및 재정운용계획을 강조하기에 바빴다. 시급히 경기 대책 및 규제 완화책을 마련해 달라는 여당의 주문을 무시하면서 20여 년 뒤까지의 정책을, 그것도 여당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꺼내는 행태가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죽하면 일부 여당 의원이 “5년 뒤 경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엄청난 세금이 들어갈 장기계획이 어떻게 가능할지 대책이 있느냐”고 반박했겠는가.

대통령과 여당 사람들이 이런 수준의 엇박자나 확인하려고 이달에만 다섯 차례나 만난 것은 낭비다. 그제 오찬에만도 40여 명이 모였다니 청와대의 밥값, 대형 승용차 기름값도 수월찮았을 것이다. 다 국민 세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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