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공무원 여러분, 흔들리지 마십시오

  • 입력 200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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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의 퇴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참모진이 인사에 지나치게 깊이 관여하여 문제를 야기한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설명처럼 유 차관에게 문제가 있어 퇴진이 불가피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무튼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특히 유 차관의 퇴진이 청와대가 요청한 낙하산 인사를 거부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공직 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공직 제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올바르게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초의 하나이며, 공직 사회의 중심이 흔들리면 국가 질서의 기초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 제도는 공적 과제를 올바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러한 공직 제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공무원이다.

이러한 공직 제도의 중요성 때문에 우리 헌법은 ‘모든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선언하고 직업공무원제를 도입하여 직업공무원들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물론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면 일선 현장에서 정책을 수행하는 직업공무원들마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무원들은 공직 수행에 있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직업공무원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공직 수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제5공화국 헌법이 채택되기 이전 프랑스는 정치적 혼란이 심했지만 공직 수행의 안정성과 계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직업공무원제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의 설명처럼 유 차관은 정무직에 해당돼 직업공무원제에 의한 신분 보호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유 차관의 경질이 직업공무원들에게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유 차관 경질 파문’이 다시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는 직업공무원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인사 지침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통령이 인사의 기준과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직업공무원제는 군주제하에서 탄생했다. 즉, 공무원에 대한 군주의 절대적 권한이 오히려 공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권을 신성불가침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직업공무원이 아닌 정무직의 인사라 하더라도 뚜렷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그들의 지휘를 받게 될 직업공무원들도 수긍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직업공무원들 스스로도 확실하게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공무원제는 엽관제와 정실인사 등으로 인한 공직 사회의 타락을 막고 공직 수행의 객관성과 공정성, 계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직업공무원제의 확립과 신분 보장’ 등은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오로지 국민에게 봉사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직업공무원들 스스로도 정치적 영향력 아래 노출되어 있었다. 정치적 배경에 의해 승진이 영향 받고, 그로 인해 공무원들의 이른바 줄서기가 논란이 된 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공직의, 공무원들의 무게중심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인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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