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앞 작아지는 열린우리당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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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선장? 그냥 웃지요”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왼쪽)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 선장론’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소이부답(笑而不答)’하며 말을 아꼈다. 김경제 기자
“외부선장? 그냥 웃지요”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왼쪽)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 선장론’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소이부답(笑而不答)’하며 말을 아꼈다. 김경제 기자
7일 열린우리당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변(多辯)과 직설적 공박이 새삼 화제가 됐다.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는 노 대통령 외에 참석자가 21명이었지만 노 대통령이 대화의 대부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쪽의 한 참석자는 “대략 대화 시간의 60%는 노 대통령이 점유한 듯하다. 그것도 예전에 비하면 대통령의 말이 줄어든 편”이라고 했다.

이번의 경우 노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부 장관 기용 반대 등 열린우리당의 ‘인사권 침해 사례’를 질책하는 데 발언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내 지지도가 20%로 낮다고 무시하는 겁니까. (언젠가는) 뜹니다”라며 최근의 인사권 논란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또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때 한 발언을 상기시키며 “나한테 계급장 떼고 맞붙자고 했지요”라고 몰아세웠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측의 한 참석자는 “김 의장이 박살이 났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문학진 의원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겨냥해 “문 의원은 탈당 얘기를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나는 절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직설적인 발언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히 참석자들은 다른 말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돼 버린다고 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파동으로 당-청 갈등이 고조됐던 1월 11일 노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겨우 발언 기회를 얻어 개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했더니 대통령이 ‘식사나 합시다’며 한마디로 잘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중에 유재건 당시 의장이 나서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는데 큰 지도자답게 너그럽게 어루만져 달라’고 호소해 분위기가 겨우 풀렸다”며 “상황이 이런데 누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건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2월 1일 당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단 소속 의원 23명을 초청해 열린 청와대 만찬 간담회에서도 노 대통령은 “당정 간 완벽한 의견일치는 있을 수 없다”며 당의 의견 수용에 선을 그었다. 참석했던 초·재선 의원 6명은 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 부근에서 밤새워 폭음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과 더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도 당 지도부는 ‘대통령 인사권은 불가침 성역’이란 합의를 해 주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여당’을 재확인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주장을 대부분 관철시킨 결론을 요약하며 “이러면 합의가 된 것이죠”라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한 의원은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고 시종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고 결론까지 낸다. 이의 제기가 없다고 해서 그걸 합의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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