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는 노 대통령 외에 참석자가 21명이었지만 노 대통령이 대화의 대부분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쪽의 한 참석자는 “대략 대화 시간의 60%는 노 대통령이 점유한 듯하다. 그것도 예전에 비하면 대통령의 말이 줄어든 편”이라고 했다.
이번의 경우 노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부 장관 기용 반대 등 열린우리당의 ‘인사권 침해 사례’를 질책하는 데 발언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내 지지도가 20%로 낮다고 무시하는 겁니까. (언젠가는) 뜹니다”라며 최근의 인사권 논란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또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때 한 발언을 상기시키며 “나한테 계급장 떼고 맞붙자고 했지요”라고 몰아세웠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측의 한 참석자는 “김 의장이 박살이 났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문학진 의원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겨냥해 “문 의원은 탈당 얘기를 하던데, 아무리 그래도 나는 절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직설적인 발언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히 참석자들은 다른 말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돼 버린다고 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파동으로 당-청 갈등이 고조됐던 1월 11일 노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 참석했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겨우 발언 기회를 얻어 개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했더니 대통령이 ‘식사나 합시다’며 한마디로 잘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중에 유재건 당시 의장이 나서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는데 큰 지도자답게 너그럽게 어루만져 달라’고 호소해 분위기가 겨우 풀렸다”며 “상황이 이런데 누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건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2월 1일 당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단 소속 의원 23명을 초청해 열린 청와대 만찬 간담회에서도 노 대통령은 “당정 간 완벽한 의견일치는 있을 수 없다”며 당의 의견 수용에 선을 그었다. 참석했던 초·재선 의원 6명은 간담회가 끝난 뒤 청와대 부근에서 밤새워 폭음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대통령과 더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도 당 지도부는 ‘대통령 인사권은 불가침 성역’이란 합의를 해 주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여당’을 재확인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주장을 대부분 관철시킨 결론을 요약하며 “이러면 합의가 된 것이죠”라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한 의원은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고 시종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고 결론까지 낸다. 이의 제기가 없다고 해서 그걸 합의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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