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용옥]응석만 키우는 ‘북한 감싸기’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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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은 북한 설득을 위한 대화용인가, 제재를 위한 명분 쌓기인가? 지난달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열흘 만에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 1695호를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북한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와 지난해 9·19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문 준수와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또 같은 날 열린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5개국과 호주, 캐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외교장관이 참가한 ARF 10자회담에서도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북한의 안보리 결의문 이행을 촉구했다.

이처럼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안보리 결의문, ARF 의장성명, ARF 10자회담 등 모든 다자협의체는 마치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인 것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과연 그런가는 지난 10여 년의 대북 핵협상 과정을 되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92년 남북한 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1994년 북-미의 제네바 핵합의, 1998년 남북한-미-중의 4자회담, 2003년 이후 5차에 걸친 6자회담 및 2005년 9·19공동선언 등 수많은 양자 또는 다자 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설득해 왔다.

그러나 그간의 대북한 설득 노력은 모두 허사였음이 밝혀졌다. 비밀 핵개발 활동을 철저히 부인하던 북한은 작년 2월 10일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그 기만적 속성을 그대로 드러냈고 지난달 15일 안보리 결의안이 가결되자 북한은 그 다음 날 바로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안보리 결의를 전면 배격하면서 더욱 강경한 물리적 행동 조치와 자위적 전쟁 억지력의 지속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 또 지난달 28일 ARF 의장성명과 관련해 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ARF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북한과는 대화도 할 만큼 했고 설득도 할 만큼 했다. 유의해야 할 점은 북한은 지금까지 양자이든 다자간이든 국제적 약속이나 합의와는 상관없이 비밀리에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활동을 계속해 왔고 대화와 협상은 오히려 그들의 비밀활동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해서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거나 북한의 요구 사항을 들어준다고 해서 기존의 모든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큰 착각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선군정치가 이를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우여곡절 끝에 6자회담이 재개되고 6자회담 내에서 북-미 양자 회담이 열리더라도 다시 밀고 당기는 지루한 협상 과정이 반복되거나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검토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더욱 강경한 물리적 행동 조치”를 내비치며 계속 ‘벼랑 끝 전술’을 시도할 것이다. 북한이 앞으로 더 보여 줄 수 있는 강경 조치는 핵실험이나 생물·화학무기 관련 조치일 수 있다. 이런 극한 상황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의 총체적 실패를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은 6자회담, 10자회담 등 대북 설득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그러나 모처럼 중국, 러시아가 동참한 안보리 결의문 1695호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낸다면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기대해 볼 만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편에 서야 한다. 한국의 북한 감싸기가 안보리 결의문 이행에 걸림돌이 된다면 북핵 및 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결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 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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