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인된 ‘朴心’… 날개냐 멍에냐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코멘트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8차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로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들이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형근 이재오 강재섭(대표) 전여옥 강창희 최고위원. 김경제 기자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8차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로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들이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형근 이재오 강재섭(대표) 전여옥 강창희 최고위원.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이 11일 강재섭 의원을 임기 2년의 당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내년 대선을 앞두고 1차 전열 정비를 마쳤다. 그러나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렀던 당지도부 경선은 당내에 깊은 갈등의 골을 남기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권 갈등 극복 난제=강 신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대권후보 진영 간의 세력 갈등을 봉합하면서 분란 없이 대선후보 경선을 치러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헌 당규상 대표는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임명해 당의 조직 예산을 장악하고, 내년 대선후보 경선의 대의원 구성을 좌우할 지역별 당원협의회장(옛 지구당위원장) 인선은 물론 2008년 4월 총선 공천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대권주자들은 이처럼 막강한 대표직을 대선후보 경선의 결정적 고지로 인식해 물밑 쟁탈전을 벌여 왔다. 이날 전당대회 직전까지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박근혜 대통령후보-강재섭 당대표’ 조합과 ‘이명박 대통령후보-이재오 당대표’ 팀을 각각 지지하는 당원, 지지자들이 패가 갈려 난타전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당직 인선이나 대여 투쟁 노선 등을 둘러싼 대권주자 진영의 힘겨루기와 대의원 줄 세우기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 문제를 비롯한 국정 현안과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 등에서 대여 강공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대여관계도 불안정해질 것이다.

▽‘박심(朴心)’의 영향력 확인한 경선=경선 막판을 달군 대선주자 개입 논란은 강 대표의 득표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는 게 당내의 분석이다. 강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이재오 의원을 지지하는 등 불공정 개입을 하고 있다”고 공격하는 한편, 박 전 대표는 자신들을 돕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이중의 전략을 썼다.

여기에 박 전 대표 측도 당초의 불개입 방침과 달리 강 대표 지지에 적극 뛰어드는 등 당권 경쟁이 ‘박근혜 대 이명박’의 대권주자 간 힘겨루기로 변질됐다. 이번 ‘대리전’은 외견상 박 전 대표의 승리로 귀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반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대권경쟁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내건 이재오 의원은 여론조사에서는 468표를 앞섰으나 대의원 투표에서 931표를 앞선 강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한나라당이 대중성에 뒤지는 인물을 당 대표로 결정했다는 점이 향후 당 전체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강창희 전 의원과 전여옥 의원의 선전은 1인2표제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성 몫으로 당선이 이미 확정됐던 전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833표를 얻었으나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의원 다음으로 많은 1161표를 얻어 총득표에서 정형근 의원을 1표 차로 제치고 4위로 당 지도부에 진입했다.

소장 중도파의 ‘미래모임’ 단일후보인 권영세 의원이 당초 목표 3위에 못 미치는 6위에 그친 것은 기존 후보들과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 주지 못한 데다 모임 소속 의원들의 결속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특정 대선주자와 밀착하는 일 없을것”

강재섭 신임 한나라당 대표는 ‘실리의 정치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는 1997년에 이어 이번에도 대권(大權)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가 일찌감치 ‘꿈’을 접고 실리를 챙겼다. 힘에 부치는 대권 도전에 매달리기보다는 대선후보 경선 관리를 통해 ‘킹메이커’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모험과 도전을 가급적 피하고 권력과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그의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 대표는 6공화국 시절인 1988년 13대 전국구 의원(민정당)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17대까지 대구에서 내리 당선됐다. 그가 몸담은 정당은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한번도 당의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고 ‘영남 정치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98년 한나라당 총재 경선에 나섰다가 이회창 전 총재를 지지하는 ‘TK’세력이 만류하자 바로 뜻을 접었다. 올해 초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가 5·31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 정권의 문지기’가 되겠다며 목표를 당 대표로 바꾼 것도 그의 정치 스타일을 보여 준다.

강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 관리를 위해 지역별 안배를 통해 엄선된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관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발판으로 대표 자리를 차지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에게 ‘큰 빚’을 진 셈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와 대선 후보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사이의 골을 잘 메우고 공정한 경선관리를 해낼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 대표도 이 점을 의식한 듯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관리를 약속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당선 원인은 ‘박풍(朴風·박근혜 전 대표 바람)’인가 ‘강(姜)풍’인가.

“결과적으로 합쳐진 것 같다. 원래 심판형 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준비를) 하다보니 정치는 역시 현실이라 나중에 변질된 것 같다. 그간 생겨난 앙금이나 후유증은 잘 치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견 발표 때 박 전 대표 얘기를 많이 했다. 앞으로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전당대회도 다소의 후유증은 있다. 특정 주자와 밀착해 후보를 밀거나 한 적은 없다. 나의 모든 것을 죽이고 희생해서 (대선 후보들이) 잘 단합하도록 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한나라당 신임 최고위원 프로필

●이재오 민주화운동 10년 투옥

30여 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10년 넘게 투옥됐다. 1996년 총선 때 신한국당으로 당선돼 제도권에 진입한 뒤 내리 3선하면서 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를 지냈지만 여전히 서민적이다.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도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북 영양(61) △중앙대 경제학과 △민통련 민족통일위원장 △민중당 사무총장 △6·3동지회장 △15, 16, 17대 의원(서울 은평을)

●강창희 충청권 대표주자 활약

전두환 정부 초기 민주정의당 조직국장으로 정계에 투신. 5선 가도를 달리며 당내 충청권 대표주자로 활약했지만 17대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낙선했다. 이번에 최고위원에 선출됨으로써 재기 발판을 만들었다. △대전(60) △육사 25기 △육군대학 교수 △과학기술부 장관 △한나라당 부총재, 최고위원, 대전시당위원장(현) △11, 12, 14, 15, 16대 의원

●전여옥 저돌적 화법 한나라 ‘입’

직설적이고 저돌적인 화법으로 대여(對與) 공세의 선봉에 서, 한나라당의 ‘입’으로 통한다. 박근혜 전 대표 재임 시절 대변인을 하며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보수적인 글들을 잇달아 언론에 기고해 유명해졌다. △서울(47) △이화여대 사회학과 △KBS 기자, 아침뉴스 앵커, 도쿄특파원 △당 대변인 △17대 의원(비례대표)

●정형근 정보력 바탕 對與공격

검찰 및 국가안전기획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대여 공격에 앞장섰다. 다양한 화제로 좌중을 휘어잡는 화술로 유명하다. 보수 성향에 직선적인 성격이어서 당내 소장 개혁파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남 거창(61)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12회 △서울지검 검사 △안기부 제1차장 △15, 16, 17대 의원(부산 북-강서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